
미래가 불투명하고 경제적인 불안에 시달릴 때, 우리는 흔히 스스로의 존재 가치마저 의심하곤 한다. 배우 김갑수는 1970년대 후반 연극 무대에서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 과연 연극배우라는 직업으로 먹고살 수 있을지 깊은 걱정을 안고 있었다.
현실에서 느껴지는 답답함과 한 때문에 술을 자주 마셔야 했을 만큼 불안한 시절이었지만, 그는 자신이 선택한 길과 정체성을 버리지 않았다.

불안 속에서도 상징을 품고 걷는 태도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연극계 생활이 오랫동안 이어졌음에도, 김갑수는 자신이 연극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강한 자부심을 품었다. 그 자부심은 일상의 작은 행동으로 나타났다.
그는 연극 대본의 제목이 겉으로 잘 보이도록 바지 뒷주머니에 꽂은 채 대학로 거리를 걷곤 했다. 이는 단순히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자신이 배우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는 다짐이었다.
스스로 부여한 역할에 책임감을 갖는 일
그가 지켜낸 자존감은 후배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김갑수는 후배들 앞에서 실제 성격과 달리 일부러 과묵하고 고고한 배우처럼 행동했다. 당장 먹고살기 힘든 가난 속이었지만, 자신이 걷는 연극인의 길에 대한 품격을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설정한 역할에 맞게 태도를 가다듬는 일은, 환경의 흔들림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을 지켜내는 유용한 무기가 되었다.
태도가 만드는 내면의 중심
김갑수의 초기 연극 생활은 막막한 시절을 통과할 때 정말로 필요한 것이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스스로 지키는 자존심’임을 잘 보여준다.
강소주를 마셔야 할 만큼 답답한 날들의 연속이었지만, 그는 대본 한 권과 고고한 태도로 배우라는 자의식을 지켜냈다. 그가 길고 긴 가난을 버텨낸 진짜 동력은 타인의 인정이 아닌, 스스로 부여한 직업적 태도였다.
보상이나 성과가 불확실할 때 우리는 쉽게 자신을 낮추거나 일의 가치를 폄하하곤 한다. 그러나 뒷주머니에 꽂아둔 대본처럼, 나의 일과 정체성을 스스로 귀하게 다루는 자세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 아무리 힘겨운 상황이라도 나만의 자부심을 증명하는 작지만 단호한 태도가 결국 긴 시간을 견디고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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