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른이 되면 마음의 상처나 감정의 기복쯤은 스스로 알아서 잘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에 익숙해져도 불쑥 치밀어 오르는 분노나 이유 없는 불안 앞에서는 무력해지기 마련이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는 이러한 마음의 응어리가 결코 개인의 의지 부족이나 잘못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반복되는 심리적 갈등은 과거의 상처가 풀리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마음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내면아이
어릴 적 부모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받은 상처는 세월이 흐른다고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몸만 성인이 되었을 뿐, 억울하거나 서운한 상황을 맞닥뜨리면 과거의 어린 시절에 멈춰 있는 내면아이가 불쑥 튀어나온다.
이때 필요한 것은 그동안 상처받아 온 자신을 스스로 인정하고 가만히 위로하는 일이다. 그때는 미처 깨닫지 못하고 버텨내야만 했던 상황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용의 자세
불안이나 분노 같은 감정이 밀려올 때 이를 억지로 누르거나 스스로를 탓하면 마음의 병은 오히려 더 깊어진다. 감정을 무조건 통제하려 들기보다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인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수용의 태도가 중요하다.
내가 느끼는 서운함이나 불안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여야 비로소 감정의 격랑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다. 내 마음 상태를 제3자의 눈으로 편안하게 들여다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는 건강한 경계선
타인의 기대에 맞추느라 정작 내 마음의 기준을 저버리면 심리적 에너지는 금세 고갈된다. 타인에게 맞춰주느라 거절하지 못하는 태도는 나를 지키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 따라서 나를 보호하려면 나만의 건강한 심리적 경계선을 명확하게 세워야 한다.
타인의 요구에 무조건 응하기보다 내 한계를 분명히 밝히는 것은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 상대와 장기적으로 건강한 관계를 맺기 위한 최소한의 거리를 유지하는 지혜다.
결국 나를 가장 깊이 이해하고 사랑해야 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다. 그동안 타인의 시선이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애쓰며 버텨온 자신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네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음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감정을 수용하며 경계선을 세우는 일은 결국 나다운 삶을 되찾는 과정이다. 남들에게 인정받으려 애쓰기보다 스스로를 온전히 품어줄 때 비로소 단단한 내면의 힘이 길러진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