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가신 시아버지의 낡은 시골집을 허물고 새로 건물을 지으려 포크레인을 부른 날이었다.
인부들이 철거 작업을 시작하려 하자 시어머니는 공사 차량 앞을 막아서며 집을 절대 헐지 말라고 소리치셨다.
시아버지가 임종 직전 남긴 이 집 헐지 마라는 유언을 지켜야 한다며 시어머니는 눈물을 흘리셨다.

나는 무너져가는 흙집을 고쳐 쓰기보다 허물고 주차장을 만드는 게 낫다고 남편을 설득하던 참이었다.
시어머니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힌 남편과 나는 결국 철거 기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공사를 잠시 중단했다.
대체 낡은 흙벽 뒤에 무엇이 있길래 그러시는지 확인하기 위해 나는 직접 안방 구석으로 들어갔다.

갈라진 벽지 사이로 손을 넣어 살며시 들춰보니 안쪽에 오래된 목재 상자가 틈새에 들어있었다.
상자를 꺼내 열어보니 시아버지께서 젊은 시절 가난 때문에 팔아넘겼던 옛 집문서와 빛바랜 통장이 나왔다.
그 안에는 시아버지가 평생 노동을 하며 모은 돈으로 잃어버린 가문의 터전을 되찾아둔 서류가 빽빽했다.

시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비밀로 한 채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그 땅을 수소문해 사두셨던 것이다.
벽 속에 숨겨진 서류와 시아버지의 진심을 확인한 순간 나와 남편은 가슴이 먹먹해져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집을 헐어버렸다면 영영 묻힐 뻔했던 시아버지의 깊은 뜻과 고단했던 세월이 비로소 세상 밖으로 드러났다.

나는 먼지가 자욱한 안방 바닥에 앉아 시아버지의 노력이 담긴 서류를 가만히 쓸어내렸다.
집을 부수려 했던 지난날의 경솔함을 반성하며 나는 시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우리는 낡은 시골집을 헐지 않고 시아버지의 온기가 남아있는 따뜻한 공간으로 보수해 보존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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