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취업 준비가 길어지면서 지친 몸을 이끌고 오래된 시장 골목 안에 있는 할머니의 국밥집을 오랜만에 찾아갔다.
할머니는 반가운 기색도 없이 뚝배기 가득 뜨거운 국밥을 눌러 담아 내 앞에 무심하게 툭 놓으셨다.
요즘 입맛이 없어 몇 숟가락 뜨고 숟가락을 놓으려 하자 할머니는 국밥 한 그릇만 다 먹으라며 이례적으로 강하게 고집을 부리셨다.

나는 배가 부르다며 거절했지만 할머니는 뚝배기를 내 쪽으로 더 바짝 밀어 넣으며 숟가락을 손에 쥐여주셨다.
억지로 밥을 말아 국물을 들이켜던 나는 뚝배기 바닥에 묵직한 비닐 뭉치가 깔려 있는 것을 손끝으로 느꼈다.
식어가는 국물을 헤치고 건져 올린 작은 비닐 봉투 속에는 꼬깃꼬깃 접힌 5만 원권 수표 몇 장이 젖지 않은 채 들어있었다.

당황한 내가 할머니를 바라보자 할머니는 짐짓 딴청을 피우며 가게 구석의 낡은 티비를 물끄러미 바라보셨다.
내가 자존심을 세우며 돈을 다시 내밀자 할머니는 젊은 놈이 끼니도 못 챙겨 먹고 다니는 게 가장 속상하다며 목소리를 떨으셨다.
가게 장사가 안돼 겨우 유지하면서도 손자의 얇아진 옷차림과 파리해진 얼굴을 보고 매일 밤 잠을 설쳤다고 덧붙이셨다.

할머니는 남들에게 손벌리지 말고 그 돈으로 맛있는 것 사 먹으며 당당하게 시험을 준비하라고 나를 따뜻하게 다독였다.
손때 묻은 돈지갑에서 꺼냈을 그 돈이 할머니가 한 달 내내 국밥을 팔아 모은 순이익이라는 사실을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세상 모두가 나를 평가하고 외면하는 것 같았던 고독한 시기에 나를 믿어주는 유일한 존재를 확인한 순간이었다.

나는 뚝배기에 담긴 국밥을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모두 비워내며 흘러내리는 눈물을 조용히 닦아냈다.
할머니는 다 비워진 그릇을 보며 비로소 주름진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셨고 나는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었다.
그날 할머니가 고집스럽게 먹였던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은 내 삶에서 가장 든든하고 강력한 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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