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의 장례식 사흘째 되던 날 빈소 입구로 거친 숨을 내쉬는 택배 기사가 낡은 상자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
발인 직전 전해진 상자의 겉면에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나신 어머니의 삐뚤빼뚤한 친필 글씨로 형부의 이름이 크게 적혀 있었다.
상자를 전달받은 형부는 의아한 표정으로 테이프를 뜯어내더니 내용물을 확인하자마자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문이 막혔다.

상자 안에는 낡은 통장 몇 개와 함께 때가 꼬질꼬질 묻은 수첩 한 권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평소 무뚝뚝했던 어머니가 큰딸인 언니와 형부에게 마음을 열지 못했던 까닭이 그 수첩 첫 장에 빼곡하게 담겨 있었다.
수첩에는 어머니가 언니의 대학 등록금과 형부의 사업 자금을 몰래 마련하느라 식당 일을 하며 모은 금액이 일자별로 적혀 있었다.

형부는 그동안 처가에서 지원 한 번 해주지 않는다며 어머니를 향해 서운한 티를 내왔던 지난날을 떠올렸다.
어머니는 사위의 사업이 힘들다는 소식을 듣고도 겉으로는 모른 척했으나 뒤에서는 소리 없이 자신의 온 삶을 깎아 모으고 계셨다.
지병을 숨긴 채 병원비마저 아껴가며 모은 통장의 잔액을 본 형부의 눈시울은 순식간에 붉어지기 시작했다.

상자 맨 밑바닥에는 장례식이 끝나면 사위에게 전달해달라는 어머니의 마지막 메모가 정성스레 적혀 있었다.
부족한 장모를 만나 고생만 한 사위에게 미안하다는 글귀를 읽어내려가던 형부는 참았던 오열을 터뜨리고 말았다.
언니 역시 어머니의 숨겨진 진심을 뒤늦게 깨닫고는 상자를 가슴에 품은 채 빈소 바닥에서 한참을 울부짖었다.

형부는 어머니의 유품이 담긴 상자를 두 손으로 꼭 쥔 채 발인길에 나서는 운구차 뒤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평생 오해만 쌓아온 세월이 죄송스러웠던 형부는 영정 사진 속 어머니를 향해 절을 올리며 뒤늦은 사죄의 눈물을 흘렸다.
장례가 끝난 후 우리는 어머니가 남긴 상자를 거실 가장 높은 곳에 모셔두고 그 숭고한 사랑을 평생 잊지 않기로 다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