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마다 우리 집에 찾아오는 친정엄마는 오자마자 앞치마를 둘러메고 청소기부터 돌리곤 했다.
나는 그것이 딸을 위한 엄마의 자연스러운 사랑이라 생각하며 당연하게 그 호의를 받아왔다.
그러나 얼마 전 거실 한복판에서 어린 딸아이가 던진 던진 예리한 한 마디에 식탁 위 적막이 감돌았다.

그날도 친정엄마는 쉬지도 않고 주방에 서서 온 식구가 먹을 저녁 음식을 땀 흘리며 준비했다.
식사 자리에 앉은 딸아이는 할머니가 그릇을 날라다 주고서야 겨우 의자에 앉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이어 아이는 “엄마, 우리 집에 오는 다른 분들은 다 손님인데 할머니는 왜 계속 일만 해, 엄마도 손님 아니야?”라고 물었다.

그 순간 정적 속에서 나와 남편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아무런 말도 건네지 못했다.
친정엄마는 머쓱한 표정으로 잔잔하게 웃었지만 손등에 주름진 세월의 흔적이 유독 도드라져 보였다.
딸아이의 순수한 질문은 친정엄마를 가족이라는 이유로 당연하게 노동에 끌어들였던 내 태도를 깊이 부끄럽게 만들었다.

나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친정엄마의 손을 잡고 주방에서 내보낸 뒤 식탁 상석에 모셔 앉혔다.
남편 역시 황급히 수저를 챙기고 음식을 나르며 이제부터는 자신이 다 하겠다고 큰 소리로 털어놓았다.
늘 스스로를 뒷전으로 미루던 친정엄마는 딸아이가 내어준 따뜻한 식사 자리에 앉아 비로소 편안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이의 가식 없는 한 마디는 당연하게 여겨온 친정엄마의 헌신이 얼마나 커다란 희생이었는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그날 이후 우리 집에서 친정엄마는 일하는 일꾼이 아닌 가장 귀한 귀빈으로 대접받으며 편안한 시간을 보낸다.
식사 후 따뜻한 차 한 잔을 받아 들고 환하게 웃는 친정엄마의 얼굴을 보며 나는 비로소 참된 효도의 의미를 마음에 새겼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