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 아침 아내가 식탁 위에서 내 남동생의 이름이 적힌 처방전과 약봉지를 신중하게 정돈하고 있었다.
내가 동생 약을 왜 당신이 챙기느냐고 묻자 아내는 그저 서방님이 요즘 바빠서 대신 받아왔을 뿐이라며 시선을 피했다.
의아한 마음이 들어 아내가 잠시 외출한 사이 안방 서랍을 열어보고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서랍 안쪽 깊은 곳에는 내 남동생의 진료 기록지와 아내 이름으로 된 커다란 통장 내역서가 함께 놓여 있었다.
남동생은 1년 전부터 만성 질환으로 정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으나 형인 나에게 짐이 될까 봐 숨겨왔던 것이다.
아내는 그 사실을 진작 알고 동생의 병원비를 몰래 보태주며 정성껏 약까지 챙겨주고 있었다.

지병으로 고생하면서도 자존심 때문에 내게 말을 못 한 동생을 위해 아내는 다리 역할을 자처하고 있었다.
식탁에 놓인 약봉지는 단순한 전달물이 아니라 우리 형제의 우애가 깨지지 않도록 지켜준 아내의 배려였다.
아내가 통장에 적어둔 세세한 병원비 기록을 하나씩 읽어 내려가자 미안함과 고마움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집으로 돌아온 아내에게 서랍 속 서류를 보여주며 왜 그동안 나에게 숨겼느냐고 나지막이 물었다.
아내는 당신이 알면 괜히 동생을 원망하거나 너무 큰 책임감을 느낄까 봐 조용히 돕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나는 아내의 손을 꼭 잡으며 혼자 고통을 짊어지게 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진심 어린 사과를 전했다.

동생을 불러 세 사람이 함께 따뜻한 저녁을 먹으며 그동안 굳게 닫혀 있던 오해와 응어리를 모두 풀어냈다.
아내의 묵묵한 헌신 덕분에 동생의 건강도 되찾고 가족 간의 깊은 신뢰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식탁 위에 놓인 약봉지를 바라보며 내 곁을 지켜준 아내의 따뜻한 마음을 평생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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