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학생인 내 딸은 몇 달 전부터 매주 토요일 아침만 되면 어딘가로 급히 외출을 나섰다.
혹시 몸이 아프거나 나쁜 길에 빠진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몰래 뒤를 쫓아갔다.
딸이도착한 곳은 뜻밖에도 동네 대형 병원의 어린이 병동 로비라서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나는 병원 기둥 뒤에 숨어 딸이 누구를 만나고 무슨 행동을 하는지 조심스럽게 지망했다.
딸은 가방에서 예쁜 동화책을 꺼내어 어린 환자들 앞에 앉아 차분하게 읽어주기 시작했다.
어린아이들의 환한 미소를 보며 딸 역시 그동안 집에서 본 적 없던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알고 보니 딸은 얼마 전 세상으로 떠난 친구를 기억하며 봉사활동을 시작했던 것이었다.
아픈 아이들에게 작은 위로를 전하며 자신의 슬픔도 조금씩 치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마음을 까맣게 모른 채 그저 딸을 의심하고 추궁하려고 했던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봉사가 끝나고 병원을 나오는 딸의 앞에 다가가 가방을 들어주며 진심으로 미안함을 전했다.
딸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내 손을 꼭 잡으며 그동안의 사정을 덤덤히 털어놓았다.
따뜻한 마음으로 성장한 딸의 모습을 보며 가슴 한구석에서 묵직한 감동이 밀려들어 왔다.

주말마다 병원으로 향하던 딸의 발걸음은 상처를 치유하고 사랑을 나누는 따뜻한 여정이었다.
몰래 따라갔던 내 의심은 깊은 대화와 이해를 통해 가족 간의 두터운 신뢰로 다시 바뀌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딸의 따뜻한 손을 더욱 꼭 쥐며 조용히 응원의 미소를 보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