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의 빈소 한구석에서 언니가 가방 속 깊은 곳에서 오래된 작은 녹음기를 꺼내 들었다.
상속 문제로 친척들의 고성이 오가던 험악한 접객실 안에서 언니는 조용히 재생 버튼을 눌렀다.
스피커 너머로 흘러나오는 낯익은 목소리를 들은 순간 나는 숨을 죽인 채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녹음기에서는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 병실에 누워 계시던 어머니의 거친 숨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어머니는 자신의 얼마 안 되는 집 한 채를 내가 아닌 언니에게 전부 넘기겠다고 힘겹게 말씀하셨다.
학비를 대주지 못해 늘 미안했던 언니에게 유산을 주어 오랜 한을 풀고 싶다는 것이 어머니의 뜻이었다.

순간 서운함이 밀려왔지만 음성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어머니의 떨리는 진심으로 이어졌다.
어머니는 막내인 나에게 아무것도 남겨주지 못해 가슴이 찢어지니 언니가 평생 나를 보살펴달라 부탁하셨다.
자신이 죽은 뒤에도 두 자매가 우애를 잃지 않고 서로를 지켜주는 것이 마지막 유훈이라며 울먹이셨다.

음성이 끝나자 언니는 내 손을 꼭 쥐며 어머니 뜻대로 집을 팔아 절반을 내게 주겠다고 말했다.
재산을 탐내던 친척들은 단호하고 따뜻한 유언을 확인하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자리를 떠났다.
나는 언니의 눈물을 닦아주며 어머니가 남겨주신 가장 큰 유산은 바로 우리 자매의 우애임을 깨달았다.

장례식이 끝난 뒤 우리는 빈소를 정리하며 어머니의 마지막 음성이 담긴 녹음기를 소중히 품에 안았다.
유산 때문에 갈라질 뻔했던 친족들의 소란 속에서 언니의 용기 있는 행동이 우리 집안을 온전히 지켜냈다.
나는 영정 사진 속 어머니를 향해 깊이 절을 올리며 언니와 평생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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