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제 명절에 오지 마세요” 아들 부부의 한마디에 70대 어머니가 내린 결정
Google 검색에서 뷰어스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들뜬 마음으로 차례 음식을 준비하던 나는 아들의 전화 한 통에 손을 멈추고 말았다.
아들은 머뭇거리며 엄마 이제 명절에 내려오지 마시고 며느리도 쉬게 집에서 편히 계시라고 차갑게 말했다.
평생 자식들을 위해 명절 상을 차려온 일흔의 나는 서운함보다 서글픔이 밀려와 한동안 수화기를 놓지 못했다.

지방에 있는 본가로 내려오는 길이 힘들고 며느리가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아들의 사정은 어쩌면 당연했다.
수십 년간 명절마다 음식 잔시중을 들며 고생했던 내 젊은 날이 떠올라 가슴 한구석이 씁쓸하게 아려왔다.
나는 아들 부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더 이상 명절에 오지 말라는 말을 순순히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다음 날 나는 아침 일찍 정성껏 준비하던 차례 재료를 모두 정리하고 조용히 집 근처 시니어 교실로 향했다.
명절 연휴에 집에 혼자 남아 우울해하는 대신 예전부터 배우고 싶었던 서예와 그림 수업에 등록하고 왔다.
내 삶의 중심을 자식에서 나 자신으로 옮기기로 결정하자 답답했던 가슴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다가온 명절 당일 나는 아들 집으로 가는 대신 오래된 친구들과 함께 정겨운 단풍 여행길에 올라섰다.
뒤늦게 미안해진 아들이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지만 나는 들꽃을 구경하느라 바쁘다며 담담하게 응대했다.
부모라는 이유로 자식에게 서운함을 쏟아내기보다 나의 품위 있는 일상을 지키는 것이 훨씬 가치 있었다.

이제 명절에 오지 말라던 아들 부부의 무심한 한마디는 역설적이게도 나에게 진정한 자유를 선물해 주었다.
자식의 눈치를 보며 기달림으로 지새우던 명절을 뒤로하고 나는 비로소 온전한 내 인생의 주인으로 서게 됐다.
달력의 빨간 날이 다가와도 나는 더 이상 음식을 준비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여행 가방을 기쁘게 싸고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