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을 보고 돌아와 양손에 짐을 든 채 집 앞 계단을 내려가다가 발이 계단 끝에서 미끄러지는 순간이 있다. 가까스로 버텼더라도 별일 아니라고 넘기기 쉬운데, 손목이나 엉덩이를 부딪치면 골절로 이어질 수 있어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특히 60대 이후에는 예전처럼 익숙한 계단이라고 방심하면 균형 감각과 발목 힘의 변화를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다. 발끝만 내려다보거나 난간을 뒤늦게 찾는 행동도 흔하지만, 오히려 몸의 중심을 불안하게 만드는 습관이다. 계단에서는 속도보다 몸을 안정시키는 순서가 먼저다.
난간부터 잡는다
첫 번째는 계단 입구에 서는 순간 난간부터 잡는 일이다. 몇 칸 내려간 다음 잡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미 몸이 기울어진 뒤에는 손을 뻗는 동작 자체가 균형을 더 흔들 수 있다.
손가락 끝만 살짝 거는 방식도 흔히 하는 실수로, 미끄러질 때 몸을 지탱하기 어렵다. 손바닥 전체로 난간의 위쪽을 감싸듯 잡아야 힘을 안정적으로 쓸 수 있다. 양쪽에 난간이 있다면 평소 힘을 쓰기 편한 손 쪽을 택하는 것이 좋다. 휴대전화나 장바구니 때문에 난간을 포기하지 말고, 한 손은 반드시 비워 두는 편이 안전하다.
발바닥을 붙인다
두 번째는 발바닥이 계단 면에 충분히 닿았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빨리 내려가려고 발끝만 걸치면 체중을 받치는 면적이 좁아져 발목이 꺾이기 쉽다. 반대로 발뒤꿈치를 계단 밖으로 길게 내미는 습관도 뒤축이 끝에 걸릴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한 계단에 한 발씩 차분하게 놓고, 발바닥 전체가 닿은 뒤 다음 발을 움직이는 것이 기본이다. 신발 뒤축이 자꾸 걸린다면 발을 약간 비스듬히 두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익숙한 곳이라고 두 칸씩 건너뛰거나 슬리퍼를 끌며 내려가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시선은 앞에 둔다
세 번째는 시선을 발끝에 고정하지 않고 두세 계단 앞에 두는 일이다. 발밑만 계속 보면 안전할 것 같지만, 고개가 숙어지면서 상체와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릴 수 있다. 너무 멀리 정면만 바라보는 것도 계단 높이와 끝부분을 놓칠 수 있어 알맞지 않다.
두세 칸 앞을 살피면 목과 허리를 과도하게 굽히지 않으면서 다음 발판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계단 끝에 다 왔다고 짐작해 성급하게 평지 걸음으로 바꾸는 실수도 줄일 수 있다. 조명이 어둡거나 계단에 물건이 놓여 있다면 그대로 내려가지 말고 먼저 시야와 통로를 확보해야 한다.
오늘부터는 계단 앞에서 잠시 멈춰 난간을 잡고, 발바닥 전체로 한 칸씩 디디며, 시선을 두세 칸 앞에 두는 순서를 습관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서두르지 않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세 동작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균형이 흔들릴 여지가 남는다.
어지럽거나 다리에 힘이 빠지는 날에는 혼자 계단을 이용하지 않는 판단도 중요하다. 넘어지고도 걸을 수 있다는 이유로 참는 경우가 있는데, 손목이나 엉덩이의 통증과 부기, 체중을 싣기 어려운 증상이 있으면 의료진의 평가가 필요하다.
머리를 부딪친 뒤 심한 두통, 구토, 의식 변화가 나타나거나 통증이 계속 심해질 때는 지체하지 말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 반복해서 휘청거리거나 자주 넘어지는 경우도 단순한 노화로 단정하지 말고 원인을 의료진과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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