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식이 끝나고 며칠 뒤 앨범 속 내 결혼사진을 가위로 갈갈이 찢어발기던 여동생의 서늘한 얼굴을 나는 40년 동안 잊지 못했다.
동생이 왜 그런 잔인한 행동을 저질렀는지 물어보아도 입을 닫은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여 우리 자매의 거리는 끝내 멀어졌다.
마침내 환갑을 넘어 홀로 된 동생이 병원 입원을 앞두고 나를 찾아와 낡은 편지봉투 하나를 내밀었을 때 비로소 숨겨진 상자가 열렸다.

동생은 “언니의 행복을 빼앗으려던 게 아니라 언니를 망치려던 사기꾼의 정체를 알아채서 그랬다”라며 떨리는 입술로 말문을 열었다.
40년 전 내 전남편은 사실 동생의 친구 집안을 도박판으로 몰아넣고 막대한 채무를 지운 악질적인 사기꾼이었던 것이다.
어린 동생은 언니가 그 사실을 알면 상처받을까 봐 두려웠고 당장 결혼을 막을 방법이 없어 울면서 사진을 찢었다고 고백했다.

당시 동생은 혼자 몰래 전남편을 찾아가 언니 곁에서 떠나라고 협박했고 그 과정에서 언니 대신 험한 모욕과 폭언을 견뎌내야 했다.
결국 그 남자는 내 지참금과 예단을 챙겨 도망쳤지만 동생의 고발 덕분에 나는 그나마 더 큰 비극과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세간의 비난과 언니의 원망을 혼자 짊어진 동생은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며 자신의 행복조차 포기한 채 외롭게 살아왔다.

봉투 속에는 동생이 그동안 나 몰래 모아둔 전남편의 범죄 증거와 언니에게 끝내 전하지 못했던 사죄의 편지들이 빼곡하게 들어있었다.
나는 날카로운 미움으로 동생을 가슴 깊이 미워했던 세월이 너무나 부끄러워 늙어버린 동생의 야윈 어깨를 잡고 눈물을 흘렸다.
오랜 세월 나를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악역을 자처했던 동생의 외롭고 쓸쓸했던 희생이 내 가슴을 쓰리게 파고들었다.

수술실로 들어가는 동생의 거친 손을 두 손으로 꼭 쥐며 나는 지난날의 오해와 원망을 모두 눈물로 씻어내려 노력했다.
병실 침대 위에 놓인 40년 전 찢겨졌던 결혼사진 조각들을 테이프로 하나씩 맞붙이며 나는 동생에게 뒤늦은 고마움을 전했다.
바르게 이어 붙인 사진 속 우리 자매의 어린 얼굴을 가만히 어루만지며 나는 동생이 무사히 회복하기만을 간절히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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