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이 집 앞 눈밭에 떨어져 숨진 채 발견됩니다. 사고인지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아내가 법정에 섭니다. 목격자는 앞을 거의 보지 못하는 아들뿐입니다.
한 가족이 법정에서 해부되다
프랑스 영화 ‘추락의 해부’ 이야기입니다. 산속 외딴집에서 남편이 추락해 숨지고, 유일하게 집에 있던 아내가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재판이 시작됩니다. 법정에서 다뤄지는 것은 사건 당일의 정황만이 아닙니다. 부부가 어떤 대화를 나눴고 누가 더 많이 양보했으며 서로를 어떻게 평가했는지가 하나씩 들춰집니다. 진실을 밝히는 과정이라기보다 한 관계를 해부하는 과정에 가깝고, 제목은 그 두 가지 의미를 모두 담고 있습니다.

칸 황금종려상
이 작품은 2023년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영화제에서 반려견 연기에 주는 상까지 함께 가져갔다는 것입니다. 시각장애가 있는 아들의 안내견이 극 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그 연기가 사람과 다를 바 없이 정교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한 작품이 두 종류의 상을 동시에 받은 보기 드문 사례였습니다.

아카데미 각본상
이듬해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 편집상까지 다섯 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각본상을 받았습니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쥐스틴 트리에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자신의 중년의 위기를 언급해 화제가 됐습니다. 앞서 골든 글로브에서도 각본상과 비영어권 작품상 두 부문을 가져갔습니다. 주연을 맡은 산드라 휠러의 연기 역시 그해 가장 많이 거론된 성과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아들이 본 것과 들은 것
사건의 열쇠를 쥔 인물은 열한 살 아들입니다. 시력이 거의 없는 그는 보는 대신 듣고 기억한 것으로 증언해야 합니다. 어른들의 법정 공방 사이에서 아이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후반부의 중심이 되고, 그 과정이 관객에게도 판단을 미룹니다. 사실과 기억이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말의 순서가 바뀌는 것만으로 인상이 달라지는 장면들이 이어집니다.

답을 보는 사람에게 넘기는 영화
영화는 끝까지 명확한 진상을 확정해 주지 않습니다. 관객마다 결론이 갈리고, 그래서 본 뒤에 대화를 길게 하게 되는 작품으로 꼽힙니다. 법정물이지만 통쾌한 반전을 기대하기보다 인물들의 말을 따라가며 보는 쪽이 어울립니다. 러닝타임이 긴 편이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보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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