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뒤에 오는 이에게 정답을 남기고 싶어 한다. 특히 곁에 있던 사람이 떠나고 혼자 남겨진 뒤에는 지나온 선택들이 한층 또렷하게 떠오른다. 그럴수록 남에게 전하는 말은 더욱 쉽게 단단해지기 마련이다.
무엇을 참아내야 하는지, 누구를 믿지 말아야 하는지, 어느 길로 들어서야 하는지 일러주고 싶어진다. 하지만 한 사람이 겪은 후회가 다른 사람의 완벽한 정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먼저 길을 걸어간 사람이 건넬 말은 성공하는 요령보다, 넘어졌을 때 스스로를 저버리지 않는 태도에 더 가까워야 한다.
후회를 경고문으로 만들지 않는다
혼자 남게 되면 과거에 함께 내렸던 결정까지 모두 자신의 잘못처럼 되짚어 보며 자책하기 쉽다. 그때 얻은 귀한 교훈을 뒤에 오는 사람에게 전달하는 일은 분명 가치가 있다.
다만 ‘나는 이렇게 해서 실패했다’는 고백과 ‘너도 그렇게 하면 실패한다’는 단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말이다. 경험 속에는 당시의 인간관계와 형편, 미리 알 수 없었던 여러 사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후회를 그저 절대적인 경고문처럼 건네면 상대는 스스로의 선택을 시험하고 다질 기회마저 잃는다. 지나온 길에 대해 말하되, 그 길만이 유일한 답이었다고 단정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견딘 과정을 숨기지 않는다
우리가 건네는 조언은 흔히 잘해 낸 결과만을 부각하곤 한다. 실패했던 선택과 흔들렸던 마음은 은연중에 지워버린 채, 마침내 도달한 결론만 반듯하게 포장해 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뒤에 오는 사람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완성된 답보다 그 답이 만들어진 치열한 과정이다. 무엇을 알지 못했는지, 어떤 판단이 어떻게 어긋났는지, 생각을 바꾸게 만든 단서가 무엇이었는지를 솔직하게 말해주어야 한다.
혼자 된 긴 시간이 가르쳐 준 진실 역시 강한 척 버티는 법이 아니라, 약해진 자신을 인정하면서도 삶을 이어 가는 방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패를 낙인 대신 기록으로 남긴다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 이정동은 개인과 기업의 성장이 한 번의 도약이 아니라 수많은 실패 경험이 쌓인 결과라고 본다. 그는 “실패는 낙오의 증거가 아닙니다. 위대한 성공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 자산입니다”라고 말한다.
실패를 감추려 들면 동일한 시행착오가 계속해서 되풀이되지만, 이를 기록하고 나누면 다음 사람이 딛고 올라설 발판이 된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밝히는 일은 결코 자신을 깎아내리는 고백이 아니다. 지나온 경험이 쓸모를 얻도록 정리하는 작업이다.
답보다 판단 기준을 건넨다
뒤에 오는 사람은 앞선 이와 같은 시대, 같은 관계, 같은 형편을 살지 않는다. 그러니 무작정 ‘이 길로 가라’고 하기보다 ‘이럴 때는 무엇을 살펴야 한다’고 일러주는 편이 오래도록 남아 도움이 된다.
두려움 때문에 멈춰 선 것인지, 충분히 생각한 뒤 물러선 것인지 구별하는 기준을 전할 수 있다. 남의 기대를 따르는 선택인지, 감당할 몫까지 헤아린 선택인지 스스로 묻게 할 수도 있다.
조언의 가치는 상대를 대신해 결정해 주는 데 있지 않다. 혼자서도 자신의 결정을 올바르게 살필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물론 같은 위험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분명하게 말해야 할 순간도 있다. 다만 자신이 겪은 상처가 크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가능성까지 미리 닫아버려서는 안 된다. 혼자 된 사람이 뒤에 오는 이에게 남길 수 있는 가장 깊은 말은 실패하지 말라는 일방적인 명령이 아니다.
실패한 뒤에도 무엇을 배우고 다시 선택할 수 있는지 일러주는 말이다. 좋은 조언은 앞사람의 삶을 복사하게 하지 않고, 뒷사람이 스스로의 삶을 판단할 힘을 갖게 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