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관 임명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조희대 대법원장은 대법관 제청권과 관련된 쟁점에 대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직접 해명에 나섰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국회의 증언 요구, 대통령과의 사전협의 등 인선 과정 전반에 대해 헌법적 근거와 자신의 해석을 분명히 했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법률에 따라 설치된 기구임을 인정하면서도, 추천 결과를 반드시 따라야 할 헌법적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위원회의 추천을 존중했으나, 추천을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위헌이나 위법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대법원장에게 부여된 제청권의 범위와 추천위원회의 역할은 구분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와의 사전협의 관행에 대해서도 조 대법원장은 명확한 선을 그었다. 역대 대법원장들이 원활한 임명을 위해 대통령과 협의해 온 것은 사실이나, 헌법상 의무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청와대가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의 재제청을 요구한 것에 대해, 조 대법원장은 지난 8월 18일 손 부장판사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임명 제청했고, 청와대가 28일 재제청을 요청했으나 지난달 22일 구체적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이를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감에서 후보자를 서면으로 제청한 방식 역시 헌법이 별도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헌법 104조 2항을 둘러싼 해석 차이도 부각됐다. 조 대법원장은 이 조항을 근거로 대법관 제청, 국회의 동의, 대통령의 임명은 각각 독립된 권한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나 대통령의 임명 과정에 관여할 수 없고, 반대로 국회와 대통령도 대법원장의 제청권 행사에 개입할 수 없다는 논리다. 반면 청와대는 대통령의 임명권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제청권과 임명권의 경계에 대한 이견을 보였다. 헌법에는 재제청 요구나 거부 시 별도의 절차가 규정돼 있지 않다.
국회 법사위가 제청 과정을 따져 묻자 조 대법원장은 헌법상 기관 간 권한 배분과 사법권 독립을 거론하며, 국회와 대통령이 제청권에 관여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네 차례 강조했다. 대법관 후보를 제청하면 대법원장에게 부여된 권한과 의무는 끝난다는 입장도 밝혔다. 국회가 제청 과정에 대한 증언을 요구할 헌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증인선서와 관련 증언도 거부했다.
이날 조 대법원장은 약 2시간 30분간 국감에 참석해, 김기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답변 거부 문제 제기 후 미리 준비한 문건을 약 6분간 낭독하며 자신의 입장을 상세히 밝혔다. 대법관 인선이 장기간 교착 상태에 놓인 데 대해 국민에게 송구하다는 뜻을 전하고, 대법원이 온전한 구성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청와대 역시 국감 이후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으며, 재제청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가운데 제청 후보자의 임명 절차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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