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 모임 또는 명절 식사가 끝나고 자식과 손주에게 봉투를 건넨다. 모두 고맙다고 인사하지만, 집으로 돌아간 뒤에는 마음 한쪽이 허전해진다. 며칠이 지나도 연락이 없으면 봉투를 준비하느라 애쓴 기억까지 떠오른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마련한 돈인데 자식들이 그 마음을 모르는 듯해 서운함이 커진다. 먼저 연락해 섭섭하다고 말하자니 생색내는 것 같아 망설여진다.
용돈에는 액수뿐 아니라 여전히 필요한 존재이고 싶은 부모의 마음과 인정받고 싶은 기대가 함께 담긴다. 문제는 그 기대를 말하지 않은 채 상대가 알아주기만 기다릴 때 생긴다.
형편보다 마음이 먼저다
가장 먼저 돌아볼 습관은 형편보다 과한 돈을 준비하는 일이다. 명절에는 체면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자식과 손주를 빠짐없이 챙기다 보면 당장은 뿌듯해도 이후 생활이 빠듯해진다.
이때 통화할 때마다 생활비나 지출 부담을 언급하면 자식은 받은 봉투를 편히 기억하기 어렵다. 부모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도 없고 미안한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용돈은 액수로 사랑을 증명하는 수단이 아니다.
오랫동안 주어도 생활에 무리가 없는 선에서 정하고, 형편이 어렵다면 봉투를 줄이거나 쉬어가도 괜찮다. 적은 금액이라도 편안한 표정으로 건넬 때 마음은 더 선명하게 전달된다.
봉투에 서운함을 담지 않는다
두 번째는 용돈을 건네며 서운함을 함께 꺼내는 습관이다. “너희는 받기라도 하지, 우리는 누가 챙겨주냐”는 말에는 알아달라는 마음이 숨어 있다. 그러나 자식에게는 감사보다 죄책감을 요구하는 말처럼 들린다.
다음 명절에도 같은 말을 들을까 싶어 봉투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게 된다. 주기로 했다면 “유용하게 쓰렴”이라는 짧은 말로 마치는 편이 낫다. 정작 바라는 것이 안부나 함께하는 시간이라면 돈을 건넬 때 에둘러 표현하지 말고 따로 차분하게 말해야 한다. “목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놓인다”처럼 담백하게 전하면 상대도 바라는 점을 헤아리기 쉬워진다.
연락을 대가로 묶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용돈과 연락을 거래처럼 여기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자식에게 봉투를 준 뒤 연락 횟수를 세기 시작하면 기다림은 금세 원망으로 바뀐다. 자식의 바쁜 사정은 보이지 않고 돈을 받고도 무심하다는 생각만 남기 때문이다.
용돈은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끝내고, 연락은 가볍게 이어가는 편이 관계에 좋다. 마음이 상하기 전에 먼저 짧은 안부를 전해도 된다. 답이 늦더라도 사랑의 크기와 연결하지 않는 여유가 필요하다.
명절에 쌓인 섭섭함은 돈이 적어서가 아니라 서로의 기대가 달랐기 때문에 생긴다. 이번에는 봉투 크기보다 내 형편과 말투, 기대를 먼저 살펴보자. 잘해주고 싶은 마음까지 탓할 필요는 없다. 부담을 덜어낸 마음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에게 따뜻하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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