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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함도 명함도 다 쓸모없다” 나이 들어 혼자 남았을 때 진짜 나를 만드는 것

인포웰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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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exels

사람들은 자신을 소개할 때 이름보다 직함을 먼저 건네곤 한다. 어느 조직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가 나를 가장 빠르게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을 내려놓고 주변 사람마저 줄어들면 그 소개는 자꾸 과거형에 머문다.

예전 직함을 말하려다 주춤하는 순간, 홀로 남은 사람은 비로소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 이름표가 없을 때 나는 과연 누구인가.’ 직함을 내려놓는 일이 유난히 허전한 까닭은 단지 일만 끝났기 때문이 아니다. 그동안 누려온 인정과 인간관계, 하루를 지탱하던 삶의 질서마저 한꺼번에 사라졌다고 느끼는 까닭이다.

직함은 나를 설명했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직함은 낯선 자리에서 자신을 나타내는 편리한 수단이다. 상대는 긴 설명을 듣지 않고도 그 사람의 경력과 위치를 가늠한다. 문제는 이 편리함에 오래 의존할수록 직함 너머의 자신을 말하기가 막막해진다는 점이다.

출처: pixabay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태도로 타인을 대하는지, 힘겨운 순간 무엇을 지켜냈는지는 명함에 담기지 않는다. 직함이 사라진 뒤 찾아온 공백은 이처럼 놓치고 살던 가치를 되찾는 시간일 수 있다. 지나온 자리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것은 내 삶이라는 책의 한 장이었을 뿐, 책 전체는 아니었음을 받아들이면 된다.

남의 채점표가 사라지면 불안해진다

조직 안에서는 자신을 측정하는 기준이 명확하다. 맡은 업무와 성과가 존재하고, 주변의 반응으로 자신의 위상을 확인한다. 하지만 그 기준이 사라지면 자유로움보다 막막함이 먼저 다가오곤 한다.

광고인 박웅현은 삶이란 정답을 맞히는 시험이 아니라, 남의 채점표를 찢어 버리고 자기만의 문장을 써 내려가는 한 권의 책이라고 말한다. 이는 마음대로 살면 그만이라는 식의 가벼운 낙관이 아니다. 더 이상 직함이나 타인의 평가에 의존해 자신을 가늠하지 말라는 당부에 가깝다. 아무도 점수를 매기지 않는 시간에 무엇을 중하게 여기는지가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보여준다.

새 소개에는 현재의 문장이 필요하다

지나간 직함을 굳이 숨길 필요도, 애써 붙잡고 있을 이유도 없다. 직함은 지나온 시간을 증명하는 사실일 뿐, 지금의 마음과 가치관까지 대변하지는 못한다. 새로운 자기소개는 거창한 목표보다 현재형의 언어에서 시작된다.

요즘 마음이 기울어지는 분야, 새로 배우고 싶은 일, 이웃과 나누고 싶은 경험을 담담히 건네면 충분하다. 처음에는 예전 명함보다 소박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자신을 나타내는 말은 나눌수록 단단해진다. 과거에 무엇이었는지만 건네던 사람에서, 지금 무엇을 보고 생각하는지 말하는 사람으로 전환되는 셈이다.

혼자일수록 남겨야 할 것은 자기 기준이다

조직을 벗어나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남의 시선에서는 자유로워지지만, 자칫 스스로를 가볍게 여겨 낙담하기 쉽다. 이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새 명함이 아니라 그동안 스스로 지켜온 삶의 본질을 돌아보는 일이다.

타인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는지,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다했는지, 작고 소소한 일상에도 진심을 다했는지가 삶의 단단한 무게를 이룬다. 박웅현이 강조한 자존과 본질 역시 외부의 유행에 흔들리기보다 내면에 오래 깃드는 가치를 가꾸라는 뜻이다.

익숙한 일상을 낯설게 바라볼 때 새로운 시선이 트이듯, 지나온 삶을 다각도로 관찰하면 직함 뒤에 숨어 있던 진짜 가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물론 그 직함이 오랜 세월 쌓아 올린 노력과 긍지를 담고 있다면 굳이 지워버릴 필요는 없다. 다만 직함을 꺼내지 못한다고 해서 존재 가치마저 사라진 것처럼 느껴진다면, 삶의 기준이 너무 외부에 치우쳐 있다는 신호다.

진정한 소개는 과거에 오른 위치를 과시하는 말보다 오늘을 살아가는 태도를 보여준다. 명함이 사라진 뒤에도 내 안에 온전히 남아 있는 가치가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앞으로 내 이름 앞에 붙을 가장 단단한 문장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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