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파일러 표창원은 학창 시절 알고 지내던 두 친구가 훗날 중범죄를 저질러 사형 선고를 받거나 집행당한 사실을 접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친하게 지낸 친구는 19세에 사형선고를 받았고, 고등학교 3학년 때 알게 된 친구는 어린이 유괴 살인범이 되었다.
오랜 기간 가까이 지냈다고 해서 한 사람의 미래까지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의 경험은 사람을 몇 가지 인상만으로 단정하는 판단이 얼마나 불완전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상은 판단의 증거가 아니다
표창원은 범죄자에게만 나타나는 특유의 눈빛이나 인상이 있다는 주장은 과학적으로 이미 부정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만약에 범죄자에게만 있는 눈빛이 있고 범죄자에게만 있는 인상이 있다면 우리는 이미 그 범죄를 예방했겠죠”라고 말했다.

거친 표정이나 낯선 분위기를 위험의 신호로 단정하는 순간, 정작 실제 행동을 놓치기 쉽다. 반대로 친절하고 익숙한 인상 앞에서는 쉽게 경계를 풀기도 한다. 외모나 인상에서 성급히 결론을 내리기보다, 반복되는 말과 행동, 선택의 경향을 차분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에게 잘하는 사람이라는 함정
사람을 평가할 때는 객관적 행동보다 자신에게 준 느낌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표창원은 “사람을 볼 때 나한테 잘해 준다고 좋은 사람이다 착각하는 경우가 많아요”라고 지적했다.
나를 칭찬하고 배려해주었다는 사실이 다른 상황에서도 그 사람이 늘 공정하고 안전하게 행동할 것이라는 보장은 아니다. 반대로 불편한 느낌을 준다고 해서 곧바로 나쁜 사람이라는 증거가 되는 것도 아니다. 호감과 신뢰를 명확히 구분하고, 일시적인 태도보다 다양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드러나는 행동을 확인해야 편견을 줄일 수 있다.
사람을 고정된 유형으로 단정하지 않는다
표창원은 미국의 한 유명 뇌신경학자가 자신의 뇌 영상을 촬영했다가 사이코패스 특유의 뇌 구조를 발견했던 사례도 소개했다. 특정 생물학적 특징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한 사람의 모든 선택과 미래가 자동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표창원은 “사람은 딱 정해져 있다라는 생각부터가 조금 편견일 수가 있는 거죠”라고 강조했다. 사람을 선한 부류와 악한 부류로 쉽게 단정하기보다, 지금 어떠한 선택을 내리고 있고 그 행동이 타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주시해야 한다. 객관화는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면죄부가 아니라, 성급한 판단과 결론을 뒤로 미루는 신중한 태도다.
안전은 말보다 습관으로 확인한다
편견을 버린다는 것이 안전을 위한 경계심마저 해제하라는 뜻은 아니다. 표창원은 과거 자녀에게 모르는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당부한 뒤, 직접 초인종을 눌러 아이가 끝까지 문을 열지 않는지 확인하고 칭찬하는 방식으로 안전 교육을 진행했다.
그는 “말로 하는 게 아니라 행동과 습관으로 안전을 몸으로 느끼게 해 주는 거예요”라고 설명했다. 상대의 인상을 추측하기보다 위험 상황에 직면했을 때 취해야 할 행동 규칙을 반복해서 익히는 편이 한층 구체적인 대비책이 된다.
타인을 막연하게 의심하게 만들기보다는, 낯선 요청에 부딪혔을 때 대응하는 원칙과 확인 절차를 습관화해야 한다. 사람을 객관적으로 본다는 것은 아무도 판단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오직 자신이 받은 인상만으로 성급히 결론을 내리지 않는 태도다.
표창원이 제시하는 핵심 기준은 평정심을 지키며 자기 중심적인 해석에서 한 걸음 벗어나는 것이다. 사람의 외모나 인상이 아닌 실제 행동을 살피고, 막연한 확신 대신 입증 가능한 근거를 따라갈 때 우리의 판단은 훨씬 더 안전해질 수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