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에 일어나 화분에 물을 주고,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뽑고, 카세트테이프를 틀고 출근합니다. 이 하루가 거의 그대로 반복됩니다. 그런데 그 반복이 칸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도쿄의 공중화장실
영화 ‘퍼펙트 데이즈’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히라야마는 도쿄의 공중화장실을 청소하는 중년 남성입니다. 매일 같은 시각에 일어나 같은 길을 지나 같은 일을 하고, 일이 끝나면 목욕탕에 들렀다가 단골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책을 읽다 잠듭니다. 영화는 이 일과를 거의 생략 없이 보여 주는데, 조금씩 달라지는 세부가 쌓이면서 인물의 내력이 드러납니다. 대사가 많지 않고 설명도 거의 없어서, 보는 사람이 직접 빈칸을 채워 나가게 되는 구조입니다. 조카가 찾아오는 중반부터 과거의 윤곽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고, 그가 왜 이 일을 택했는지에 대한 단서도 함께 쌓입니다.

칸 남우주연상
주연을 맡은 야쿠쇼 코지는 이 작품으로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대사가 극히 적은 역할에서 표정과 걸음걸이만으로 인물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는 일본에서 오랫동안 국민 배우로 불려 온 인물이고, 이 수상으로 다시 한 번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마지막 장면의 긴 클로즈업은 그해 가장 많이 회자된 연기로 꼽혔습니다.

15년 만의 내한
국내에서는 2024년 7월 3일 개봉했고, 최종 14만 명의 관객을 모았습니다. 상업 대작과 비교할 수치는 아니지만 예술영화로서는 의미 있는 성적이었습니다. 개봉에 맞춰 야쿠쇼 코지가 15년 만에 내한했고, 칸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한국 배우와 함께 대담을 진행해 화제가 됐습니다. 이후 배리어프리 버전까지 따로 제작돼 상영 기회가 이어졌습니다. 개봉관이 많지 않았는데도 재관람 비율이 높았던 작품입니다.

나무 사이로 비치는 빛
주인공은 점심시간마다 공원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필름 카메라로 찍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찍은 사진이 매번 다르다는 점이 영화 전체를 요약하는 장치로 쓰입니다. 1970년대 팝과 록이 담긴 카세트테이프가 운전 장면마다 흐르는데, 선곡 자체가 인물의 과거를 암시합니다.

조용한 영화를 찾는다면
극적인 사건을 기대하면 당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루를 성실히 살아 내는 일 자체를 다룬 영화로는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작품입니다. 러닝타임 내내 마음이 차분해진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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