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만난 사람이 왠지 불편하거나 어떤 선택에 유난히 이끌릴 때 사람들은 직감이 신호를 보냈다고 여긴다. 예상대로 결과가 맞으면 감이 정확했다는 믿음은 더 강해진다. 반면 빗나간 판단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나 기억조차 못 한다.
직감의 적중률을 따지지 않고 맞춘 순간만 되새기면 느낌은 손쉽게 확신으로 바뀐다. 문제는 그 확신이 타인의 성격과 선악을 판정하는 근거로 쓰인다는 점이다.

맞은 두 번만 남기는 기억
유튜브 지식 채널 ‘지식인사이드’에 출연한 화학자 장홍제 교수는 직감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저는 믿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카지노에서 열 번 게임하며 느낌이 좋은 판과 좋지 않은 판을 나누는 상황을 예로 들었다.
열 번 중 느낌대로 된 두 번만 기억하고 빗나간 여덟 번은 지운 뒤 자신에게 감이 있다고 믿는다는 설명이다. 이는 직감이 언제나 거짓이라는 뜻이 아니다.
판단을 검증하려면 맞은 사례뿐 아니라 틀린 사례도 같은 무게로 세어야 한다는 의미다. 사람이나 선택에 대한 첫 느낌도 결과가 맞았던 순간만 꺼내 보면 능력처럼 보이지만, 전체 기록을 보면 우연이나 선입견일 수 있다.
느낌과 몸의 신호는 다르다
장홍제 교수는 막연한 인상과 관찰 가능한 생리 반응을 구분했다. 그는 “거짓말하면 에너지를 되게 많이 써요”라며 혈류가 높아지고 체온이 오르면 비강이 넓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때 생기는 간질거리는 감각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코를 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동공이 커지거나 말이 늦어지는 현상도 뇌와 몸의 반응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런 움직임 하나로 거짓말을 확정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핵심은 눈에 보이는 반응과 ‘왠지 나쁜 사람 같다’는 평가를 같은 증거로 다루지 않는 데 있다. 전자는 살펴볼 단서이지만 후자는 이미 가진 인상을 강화하는 확증편향이 되기 쉽다.
직감을 다루는 기준은 느낌을 없애는 게 아니라 적용 범위를 좁히는 데 있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감이 왔다면 맞았던 기억만 떠올리지 말고 빗나간 판단까지 확인해야 한다. 타인을 평가할 때도 순간적인 불쾌감과 실제로 관찰한 행동을 분리해야 한다.
장홍제 교수가 보인 태도처럼 몸의 반응은 제한적인 단서로 받아들이되, 그 단서로 사람 전체를 단정하지 않는 선이 필요하다. 직감은 판단의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결론을 대신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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