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집간 딸이 매달 꼬박꼬박 내 통장으로 오십만 원씩 생활비를 보내주어 늘 고마운 마음을 품고 살았다.
형편이 넉넉지 않은 딸이 친정엄마를 챙기는 정성이 대견해 통장을 쥐고 주변에 자랑을 늘어놓기도 했다.
통장 이월을 위해 우연히 찾은 창구에서 행원이 내민 거래 내역을 본 순간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창구 직원은 매달 입금되는 돈의 출처가 딸의 계좌가 아니라 내 아들의 담보대출 계좌라고 차분하게 설명했다.
사업이 힘들다던 아들이 자신의 적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매달 누나의 이름으로 돈을 입금했던 것이다.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어하던 나를 위해 남매가 머리를 맞대고 짜낸 거짓말이라는 사실에 가슴이 내려앉았다.

그길로 딸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을 묻자 딸은 목이 메인 목소리로 아들의 사정을 담담히 털어놓았다.
아들의 사업이 휘청이면서 생활비를 드릴 여력이 없자 아들이 극구 부탁해 딸의 이름으로 입금해 온 것이었다.
어머니가 아들의 힘든 상황을 알면 밤잠을 설치실까 봐 남매가 서로 입을 맞추어 나를 속였다고 했다.

집으로 찾아온 아들은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고 나는 그동안 아들의 속앓이를 몰라준 것이 미안했다.
무리하게 대출까지 받아 가며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다하려 애쓴 아들의 찌든 얼굴을 보니 눈물이 흘렀다.
나는 그동안 모아둔 푼돈과 통장을 아들에게 내밀며 이제는 거짓 선물이 아닌 네 삶을 지키라고 당부했다.

은행 창구에서 확인한 오십만 원의 진실은 자식들이 나를 향해 보낸 가슴 아프고도 깊은 사랑이었다.
철없는 줄만 알았던 남매가 서로의 짐을 나누어 지며 부모를 안심시키려 했던 마음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돌아오는 길에 통장을 매만지며 나는 두 자식의 앞날이 다시 환하게 밝아지기를 진심으로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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