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가 우리 집에 올 때마다 창문을 열길래..” 손주가 꺼낸 말에 그대로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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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들어서자마자 거실 창문부터 크게 열어젖히는 며느리의 행동이 내심 불편하게 느껴졌다.
나이 든 시어머니의 집에서 냄새라도 난다고 시위하는 것 같아 속으로 서운함을 삼키곤 했다.
바람이 쌀쌀한 날에도 창문을 열던 며느리가 주방으로 들어간 사이 어린 손주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손주는 할머니 집에서 자꾸 생선 탄 냄새가 난다며 엄마가 가스불을 걱정했다고 조용히 소곤거렸다.
아이의 천진난만한 한마디를 듣는 순간 나는 최근 냄비를 몇 번이나 태웠던 기억이 떠올라 가슴이 철렁했다.
건망증이 심해져 음식 조리기구를 불 위에 얹어두고 깜빡하던 내 실수가 떠올라 손끝이 떨려왔다.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자존심이 상할까 봐 냄새가 난다는 지적 대신 조용히 환기부터 시켰던 것이다.
내가 혹시라도 민망해할까 봐 손주에게도 절대 할머니한테 탄 냄새 이야기를 먼저 꺼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매번 말을 아끼며 창문만 열었던 며느리의 깊은 속내를 비로소 깨닫게 됐다.

나는 식탁으로 돌아온 며느리의 손을 가만히 잡으며 그동안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나지막이 말했다.
며느리는 깜빡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생긴다며 앞으로는 타이머가 있는 가스레인지를 설치해 주겠다고 웃었다.
따뜻하게 나를 배려해 주는 며느리의 얼굴을 바라보자 미안함과 고마움이 동시에 밀려와 눈시울이 붉어졌다.

서운함으로 오해했던 며느리의 창문 환기는 홀로 사는 나를 향한 세심한 보살핌이자 사랑이었다.
나는 며느리가 선물해 준 안전 가스레인지 덕분에 탄 냄새 걱정 없이 안심하고 일상을 누리게 됐다.
거실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봄바람을 맞으며 우리 가족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한층 더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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