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계가 불편해지면 선택지가 두 가지뿐이라고 느끼기 쉽다. 속으로 삭이며 계속 참거나, 받은 상처만큼 날카로운 말로 돌려주는 길이다.
어느 쪽이든 당장의 갈등을 피하거나 답답함을 터뜨릴 순 있지만, 응어리진 서운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관계를 오직 승패나 옳고 그름으로만 나누면, 내 뜻을 명확히 전하면서 상대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이는 제3의 길을 놓치게 된다.
참는 것과 맞서는 것 사이
유튜브 지식 채널 ‘지식인사이드’에 출연한 연세대학교 연구교수·상담심리사 이헌주는 2023년 “저는 인간관계 본질은 진실성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그가 말한 진실성이란 내 판단만 옳다고 밀어붙이는 고집이 아니다.
무조건 참아내는 것도, 상처 주는 말을 들었다고 똑같이 쏘아붙이는 것도 관계를 지키는 해법이 아니라는 뜻이다. 침묵과 자극적인 맞대응을 거두고, 불편한 감정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상대를 공격하지 않는 표현을 찾는 것이 소통의 출발점이다.
의견을 밝힌 뒤에는 끝까지 듣는다
이헌주 교수는 진실하면서도 유연하게 내 의사를 솔직히 표현하고,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할 말을 한 뒤 상대가 해명할 때 흐름을 끊거나 즉시 반박하면 대화는 다시 승복 싸움으로 번진다.
반대로 상대의 말을 듣는다는 이유로 내 주장을 접어버리면 또다시 참는 관계로 되돌아간다. 솔직한 표현과 깊은 경청을 함께 갖춰야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서운함을 풀 기회가 열린다.
말과 행동의 간격을 줄이는 연습
이헌주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도록 상대와 상호작용하는 연습을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존중한다고 말하면서 약속을 가볍게 어기거나, 이해한다고 해놓고 상대의 의견을 무시한다면 말의 진실성은 행동 앞에서 무너진다.
단 한 번의 대화로 관계를 완전히 바꾸려 하기보다는, 표현한 태도를 다음 행동에서도 지키는 작은 반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과정이 쌓이면 주변에 사람이 모이고 비호감이 호감으로 바뀌며, 마음속 서운함이 풀릴 토대가 마련된다.
관계를 지키는 기준은 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쏟아내는 데도, 갈등이 두려워 자신을 숨기는 데도 있지 않다. 내 의견을 솔직하게 전한 뒤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말로 약속한 태도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데 있다. 진실성과 유연함을 동시에 단련하는 태도는 관계의 서운함을 방치하지 않으면서도 상대를 적으로 만들지 않는 가장 현실적인 지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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