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가 손주 사진을 한 장도 보내지 않길래..” 우연히 휴대폰 화면을 보고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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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후 몇 달이 지나도록 며느리는 메신저로 손주 사진을 단 한 장도 전송해 오지 않았다.
주변 할머니들이 휴대폰 가득 손주 자랑을 할 때마다 나는 속으로 기가 막히고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급기야 섭섭한 마음을 품고 아들 집에 찾아갔다가 식탁 위에 올려진 며느리의 휴대폰 화면을 우연히 보게 됐다.

화면 속에는 며느리가 인쇄 업체 웹사이트에서 손주의 성장 사진을 일일이 편집하고 있는 작업 창이 떠 있었다.
화면 옆에는 손으로 직접 적은 노란색 메모지가 붙어 있었는데 거기에는 어두운 눈이라는 단어가 크게 적혀 있었다.
글자 크기를 크게 키우고 종이 질감을 두껍게 선택해 달라는 요청 사항이 아주 빽빽하게 적혀 있는 상태였다.

얼마 전 눈이 침침해 휴대폰 작은 화면으로 사진을 보는 것이 힘들다고 무심코 던졌던 말을 며느리가 기억한 것이다.
작은 액정으로 사진을 보내는 대신 어르신 시력에 맞춘 커다란 실물 앨범을 제작해 직접 들고 오려던 계획이었다.
며느리는 매일 밤 아이를 재우고 피곤한 눈을 비벼가며 수백 장의 사진을 고르고 글자를 큼직하게 배치하고 있었다.

주방에서 차를 들고 나오던 며느리는 당황하며 어르신 눈에 편한 앨범을 완성해서 깜짝 선물로 드리려 했다고 말했다.
지레짐작으로 며느리를 오해하고 속으로 불만을 쌓았던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져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는 식탁으로 다가가 며느리의 묵직한 손을 감싸 쥐며 참았던 미안함과 고마움을 조용히 털어놓았다.

며느리가 정성껏 만든 커다란 손주 앨범은 이제 거실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영예롭게 자리 잡고 있다.
돋보기 없이도 선명하게 잘 보이는 손주의 웃는 얼굴을 넘겨볼 때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따뜻한 감동이 밀려온다.
나는 앨범 표지를 다정하게 쓸어내리며 무심한 표현 뒤에 숨겨진 며느리의 깊고 세심한 배려를 오래도록 가슴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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