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회에서 자식 자랑하던 친구가 조용해지길래..” 모임 끝나고 들은 말에 마음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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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열리는 오랜 고등학교 동창회 자리에 참석한 나는 반가운 얼굴들과 인사를 나누며 자리에 앉았다.
언제나처럼 한 친구는 대기업에 다니는 번듯한 아들 자랑을 늘어놓으며 좌중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유독 오늘따라 늘 큰소리로 자식 자랑을 이어가던 친구가 술잔만 만지작거리며 입을 다물고 있었다.

분위기가 한참 달아올라도 친구는 그저 묵묵히 젓가락질만 할 뿐 아무런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내가 다가가 아들은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슬쩍 묻자 친구는 그저 씁쓸한 미소만 지으며 말을 아꼈다.
주변 다른 친구들도 평소와 전혀 다른 그의 조용한 모습에 의아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시끌벅적했던 동창 모임이 모두 끝나고 밖으로 나오자 한 친구가 내 옷소매를 살며시 끌어당겼다.
그 친구는 조용한 음성으로 사실 그 친구의 아들이 얼마 전 큰 사고를 당해 병원에 누워 있다고 전해주었다.
그동안 그렇게 자식을 자랑스러워했던 이유가 혹시나 아들의 빈자리를 감추려 했던 마음은 아니었을까 싶었다.

친구가 혼자 짊어지고 있었을 깊은 슬픔과 고통을 생각하니 가슴 한구석이 묵직하게 아려왔다.
아무것도 모른 채 자식 소식을 물었던 내 섣부른 질문이 그 친구에게 얼마나 큰 상처였을지 후회가 밀려왔다.
나는 어둠 속으로 멀어져 가는 친구의 뒤묏길을 차마 더는 바라보지 못한 채 조용히 발길을 돌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홀로 밤길을 걸어가는 친구의 쓸쓸한 뒷모습을 오래도록 되새겼다.
화려했던 자식 자랑 뒤에 숨겨진 친구의 가슴 아픈 사정을 비로소 깨닫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주머니 속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친구에게 건넬 따뜻한 위로의 문자 한 줄을 천천히 적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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