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이 매일 내 이름을 부르길래..” 20년 전 사진 한 장에 그대로 멈췄다
Google 검색에서 뷰어스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퇴근길마다 아파트 정문 초소 앞을 지날 때면 백발이 성성한 늙은 경비원은 늘 나를 향해 이름을 크게 불렀다.
입주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나를 정확히 알아보고 이름을 부르는 것이 처음에는 그저 부담스럽고 낯설기만 했다.
급히 고개만 숙이고 지나치려던 나를 경비원은 차가운 바람 속에서 서둘러 불러 세우며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경비원은 주름진 손으로 낡은 가죽 지갑을 열더니 누렇게 변색된 빛바랜 사진 한 장을 내 앞에 가만히 내밀었다.
사진 속에는 어린 시절 나와 함께 웃고 계신 돌아가신 아버지의 젊은 날 모습이 선명하게 담겨 있어 나는 충격을 받았다.
내가 놀라 아무 말도 못 하자 노인은 오래전 아버지가 자신에게 맡겼던 물건이라며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노인은 20년 전 사업 실패로 힘들어하던 아버지를 옆에서 끝까지 지켜주었던 가장 가까운 오랜 친구였다고 털어놓았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전 훗날 어른이 된 나를 만나게 되면 꼭 전해달라고 부탁했던 작고 무거운 열쇠 하나를 건넸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를 알아보려고 매일 입주자 명부를 확인하며 기다렸다는 말에 가슴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경비 초소 구석에 놓인 낡은 상자 속에는 아버지가 생전에 나를 위해 써 내려간 빛바랜 편지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 홀로 고통을 견디며 지냈던 아버지의 깊은 마음이 서린 글귀에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노인은 아버지와의 마지막 약속을 비로소 지켰다는 듯 안도감이 섞인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나는 아버지가 남기신 낡은 열쇠와 편지 묶음을 가슴에 꼭 품은 채 경비실 문을 열고 밖으로 조용히 걸어 나왔다.
차가운 밤하늘 아래 서 계신 경비원 어르신의 주름진 얼굴을 바라보며 돌아가신 아버지의 따스한 온기를 다시금 느꼈다.
주머니 속 소중한 아버지를 다시 만난 나는 조용히 손을 잡고 인사하며 가슴 깊이 간직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옮겼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