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화가 어긋나면 흔히 어떤 말을 잘못했는지부터 되짚어 본다. 표현을 부드럽게 바꾸고 공감하는 문장을 준비하면 관계가 나아질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이 다정하더라도 몸이 다른 신호를 보내면 상대는 은연중에 불편함을 먼저 감지한다.
자신도 모르게 반복하는 습관적인 자세와 시선이 공들여 고른 다정한 말을 무력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유튜브 지식 채널 ‘지식인사이드’에 출연한 연세대학교 연구교수·상담심리사 이헌주는 “근데 여러분 아세요? 비언어가 70% 이상입니다”라고 말했다. 상담사들이 받는 수퍼비전 과정에서도 상담 내용을 언어로 검토하는 방식과 전체 상담 과정을 녹화해 행동까지 확인하는 방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녹화된 상호작용은 말에 가려져 있던 자세와 시선, 습관적인 움직임을 명확히 드러낸다. 관계를 제대로 점검하려면 무슨 말을 했는지뿐만 아니라, 그때 몸이 무엇을 전달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팔짱은 거부와 경계의 신호가 될 수 있다
이헌주는 비호감을 만들 수 있는 첫 번째 행동으로 “첫 번째는 팔짱을 끼고 있는 거예요”라고 지적했다. 상대의 말을 들으면서 팔짱을 끼고, 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다리를 떠는 경우도 있다고 짚었다.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거절 의도가 없었더라도 듣는 사람은 상대가 마음을 닫았거나 대화를 귀찮아한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대화가 자주 막힌다면 설득할 문장을 찾기 전에 자신의 팔과 손, 다리가 어떤 인상을 주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공감의 말도 시선이 없으면 무색해진다
이헌주는 “말은 되게 공감적으로 하는데 눈을 안 맞추면서 하면 상대가 내가 되게 무시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거든요”라고 말했다. 공감은 그저 알맞은 표현을 말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눈을 피한 채 맞장구만 치면 상대는 자신의 이야기가 전달되지 않았다고 느낄 수 있다. 위로와 사과가 좀처럼 통하지 않는다면 표현의 진정성을 거듭 강조하기보다, 대화하는 동안 나의 시선이 어디를 향해 있었는지 돌아보는 편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휴대전화는 상대에 대한 관심의 순서를 보여준다
이헌주는 만나는 동안 휴대전화를 자꾸 살피거나 걸려 온 전화를 반복해서 받는 행동을 주요 사례로 들었다. 입으로는 괜찮다고 말해도 눈과 손이 계속 화면으로 향하면 상대는 자신보다 다른 일이 더 우선이라는 신호를 받게 된다.
그는 “관계는 단 30분 만나더라도 최대한 집중해서 만나는 게 되게 중요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긴 시간을 내지 못하더라도 짧은 만남 속에서 휴대전화를 멀리하고 상대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행동이 관계의 질을 바꿀 수 있다.
비호감은 거창한 실수보다 무심코 반복한 작은 습관에서 먼저 생겨나기 마련이다. 관계를 올바르게 바로잡는 기준은 더 그럴듯한 말을 꾸며내는 데만 있지 않다. 팔을 풀고 다리를 멈추며 눈을 맞추고 휴대전화를 내려놓는 작은 행동이 상대를 존중한다는 말을 비로소 진정한 신호로 바꿔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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