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경화 주미대사가 지난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백악관과의 소통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한미 간 정보협력이 가장 어려운 현안이라고 밝히며, 원하는 수준의 고위급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답답하다는 심정을 내비쳤다. 이는 대미 투자 1호 사업 확정으로 통상 갈등이 일단락된 상황에서도, 고위급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을 현직 대사가 직접 시인한 것이다. 국가정보원과 통일부가 한미 정보당국 간 갈등설을 ‘이미 지난 일’, ‘가짜뉴스’로 일축해 온 것과는 상반된 설명이다.
또한 강 대사는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과 관련해 “불의의 사고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국군의 날 행사에서 “불의의 사고로 부상을 당하신 우리 장병들”이라고 언급한 것과 차이가 있다.
청와대는 강 대사의 발언을 두고 곤혹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외교 책임자가 정부 내 다른 부처와는 상반된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외교 현장에서의 내부 불협화음이 드러났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정보협력 문제로 인한 후폭풍이 일선 외교관들에게 전가되는 상황에 대해 동맹파의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청와대 측은 강 대사의 발언이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로 정전협정이 위반됐다는 합참 조사 결과를 강조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가 기존에 밝혀온 특정 표현의 적합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미국과 절대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국가는 없으며, 국제적 추세가 사대주의나 굴종주의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미국과 갈등을 겪는 나라가 한국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과거 ‘세계 경찰’로 불리던 미국의 기준으로 지금의 한미 관계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3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대한민국 외교 방침은 실용적 국익 외교”임을 강조하며, “국가 간 관계에서 굴종적·사대적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미동맹을 외교의 축으로 삼으면서도, 이견의 존재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대통령은 대미 투자 협상을 주도한 외교·통상 라인을 격려하고, 조현 외교부 장관에게는 러시아와의 관계 관리 등 주변국과의 균형 외교를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미 관계가 최근 경제와 안보 협력이 모두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 말까지는 통상과 안보가 선순환 구조를 보였으나, 최근에는 관계 회복에 필요한 조치와 메시지마저 ‘굴종 외교’로 치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미국과의 관계 복원이 다른 외교 과제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여권 내부에서도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여권 관계자는 미국의 불만이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 국한되지 않고 장관급, 차관보급까지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정보협력에서 문제가 발생한 만큼, 미국 측이 카운터파트를 보내지 않으면 우리 쪽에서 먼저 찾아가 접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접촉의 폭을 좁힐수록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덧붙였다.
이처럼 한미 간에는 핵추진잠수함 연료 지원, 원자력협정 개정, 연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목표연도 설정 등 신뢰를 바탕으로 논의해야 할 주요 현안이 남아 있다. 11월로 예상되는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앞두고, 대통령의 메시지와 외교 현장의 인식 차이가 지속될 경우 협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골프 회동을 준비하기 위해 의전·외교·경호 라인이 참여하는 실무팀을 꾸렸다. 청와대 측은 이 조직이 태스크포스(TF)가 아니라 실무팀 수준에서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동은 12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추진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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