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점에서는 연예인 협업 주류가 독점 상품으로 매장 방문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촘촘한 점포망과 빠른 상품 교체 주기가 강점인 편의점에서는, 다른 곳에서 구할 수 없는 술이 고객을 끌어들이는 요소가 된다. 팬이 해당 상품을 구매해 SNS에 인증하면, 그 자체가 홍보 콘텐츠로 작용한다. 편의점이 기대하는 것은 단순한 판매량뿐 아니라, 집객 효과와 브랜드 차별화다. 이 때문에 배우 하정우의 그림이 들어간 와인, 방송인 신동엽의 이름을 내건 위스키와 하이볼, 방탄소년단(BTS) 진의 하이볼, 지드래곤 맥주, 가수 엄정화의 와인 등 다양한 연예인 협업 술이 편의점에서 독점 상품으로 출시되고 있다. 가수 성시경도 세븐일레븐과 손잡고 독일 리슬링 와인 출시를 준비 중이다.
국내 주류 시장이 최근 위축세를 보이고 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주류 출고량은 298만8000㎘로, 1998년 이후 27년 만에 300만㎘ 선 아래로 내려갔다. 2015년과 비교해 21.5% 감소했으며, 맥주와 소주는 3년 연속, 막걸리는 5년째 출고량이 줄고 있다. 이처럼 시장이 줄어들면, 업체들은 다른 브랜드의 고객을 유치해야만 성장할 수 있다. 새 상품을 출시해도 소비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 존재감을 알리기 어렵고, 광고와 판촉에 드는 비용 부담도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팬덤과 인지도를 확보한 연예인과의 협업은 주류업체와 유통업체 모두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된다. 특히 편의점 업계의 독점 상품 경쟁이 연예인 지식재산권(IP)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하지만 연예인과 손잡는 전략이 반드시 높은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높은 로열티와 마케팅 비용, 그리고 치열한 가격 경쟁이 맞물릴 경우, 판매량이 많아도 실제로 남는 이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 첫 구매로 화제성을 얻더라도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으면, 또 다른 연예인과의 협업 상품을 내놓아야 한다. 이런 신상품 경쟁이 반복되면 브랜드를 장기적으로 키우는 데 소홀해질 수 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이 연예인 술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다. 대형마트 주류 담당 상품기획자(MD)들은 연예인 IP를 활용한 주류 상품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형마트에서는 가격, 품질, 안정적인 판매량이 상품 선정의 핵심 기준이다. 매장 공간이 한정돼 있고, 반복적으로 찾지 않는 상품은 매대에서 제외된다. 초기에만 반짝 인기를 끄는 연예인 술은 장기 판매가 어렵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실제로 수십 년간의 판매 데이터는 팬덤의 이목을 끄는 것과 일반 소비자의 구매 기준 변화는 별개임을 보여준다.
연예인 술의 수익 구조는 각기 다르다. 업계에 따르면 하정우 와인의 경우 로열티가 공급가의 약 9% 수준으로, 유통업체 공급가가 병당 1만원이면 한 병당 900원이 IP 사용료로 지급된다. 10만 병 판매 시 9000만원, 30만 병 판매 시 2억7000만원이 연예인에게 돌아간다. 실제 지급액은 계약 조건과 정산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 구조는 광고모델 계약과 달리 판매량이 많을수록 연예인의 수익이 늘어난다. 제조사나 수입사는 고정 광고비 대신 판매 실적에 따라 수익을 배분한다.
신동엽은 또 다른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그가 세븐일레븐의 ‘블랙서클’ 등 롯데그룹 계열사와 맺은 여러 광고·협업 계약을 묶어 계약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판매량에 비례한 로열티 방식이 아니라, 개별 계약금과 기간은 공개되지 않았다. 성시경은 ‘경탁주’와 ‘경소주’라는 자체 브랜드를 운영하며 OEM 업체에 생산을 맡긴다. 여기서 발생한 영업이익을 OEM 업체와 성시경 측이 나눠 갖는 구조로, 업계는 연매출을 약 100억원으로 추정한다. 단순히 이름만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사업의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연예인 IP의 권리 관계도 복잡하다. 한 연예인에게 배우 소속사, 가수 소속사, 유튜브 및 IP 관리사가 각각 존재할 수 있고, 어느 쪽과 계약하느냐에 따라 초상권, 상표권, 콘텐츠 출연, SNS 홍보의 권한과 비용이 달라진다. 주류업체가 연예인과 계약했다고 해서 모든 홍보 활동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연예인이 이름만 빌려주고 출시 후 홍보에 참여하지 않으면, 추가 광고비와 판촉비는 제조사와 유통업체가 부담하게 된다.
판매량 해석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제조사나 수입사가 유통업체에 납품한 물량(셀인)과 실제 소비자가 구매한 물량(셀아웃)은 다르다. 30만 병을 유통망에 공급했다고 해서 모두 소비된 것은 아니다. 초기 대량 공급 이후 판매가 부진하면, 재고 부담은 유통망에 남는다.
가수 박재범의 ‘원소주’는 연예인 주류 사업의 가능성과 한계를 모두 보여줬다. 출시 초기 품절 행렬과 GS25와의 협업으로 큰 화제를 모았으나, 관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제조사 원스피리츠의 매출은 출시 첫해인 2022년 278억원에서 그 다음 해 132억원으로 줄었고, 영업이익도 107억원에서 5억원으로 감소했다. 이후에는 외부감사 대상에서 제외돼 실적 공개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임창정, 김보성 등 다른 연예인 소주 역시 초기 흥행 이후 꾸준한 판매로 이어지지 않았다. 초기 인기를 지속적인 판매와 수익으로 연결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연예인 술의 진정한 성적표는 출시 직후의 완판 기록이 아니라, 시간이 지난 뒤 실제로 얼마나 팔렸는지, 재구매가 얼마나 이뤄졌는지, 남은 재고가 어떻게 처리됐는지에 달려 있다. 화려한 출시 행사와 품절 소식은 많지만, 장기 판매 실적과 재고 현황을 공개하는 경우는 드물다. 연예계에서 인기를 얻는 것보다 그 인기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려운 것처럼, 술 역시 첫 병을 팔아주는 것은 연예인의 이름이지만, 두 번째 병을 선택하게 하는 것은 결국 상품 자체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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