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십 년 경력을 쌓은 장인들이 주로 활동하는 전통 단청 분야에서 20대에 국가무형유산 전승자의 길에 들어선 청년이 있다. 국가무형유산 단청장 이수자이자 국가유산수리기능자 화공으로 활동하고 있는 안유진이다.

특히 수백 년 된 궁궐과 사찰에서 볼 법한 단청을 스케이트보드와 바이크 헬멧, 스마트폰 액세서리 같은 일상용품에 그려 넣으며 전통을 젊은 감각으로 풀어내고 있다.

안유진이 단청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08년 발생한 숭례문 화재였다. 어린 시절 자주 보던 숭례문이 불타는 모습을 접한 뒤 전통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예술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했지만 전통 기술의 맥이 끊길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접한 것을 계기로 진로를 바꿨다. 2019년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단청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3년 동안 무형문화유산 전수교육을 받은 그는 심사를 거쳐 2021년 국가무형유산 단청장 이수자가 됐다. 당시 그의 나이는 불과 20대 중반이었다.
오랜 시간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장인이 많은 분야에서 젊은 나이에 국가무형유산 전승 체계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후 문화유산 수리 현장에서 전통 단청 기술을 익히고 이어가는 한편 자신만의 작품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안유진의 작업이 눈길을 끄는 것은 단청이 사용되는 공간을 과감하게 넓혔다는 점이다. 건축물에 머물던 단청 문양을 바이크 헬멧과 스케이트보드, 각종 생활용품 등에 적용하고 기업·한복 업체 등과 협업하며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풀어내고 있다. 한복 브랜드 리슬의 홍대 매장에도 안유진과 협업해 완성한 단청 디자인이 적용됐다.
색을 사용하는 방식도 기존 단청과 차이가 있다. 전통적인 오방색을 그대로 사용하면 일상용품에서는 다소 화려하게 느껴질 수 있어 모노톤이나 핑크 계열 등 현대적인 색감으로 변형한다.
반면 단청 문양 자체는 전통적인 규칙과 구성을 충실히 따르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춘다. 전통의 핵심은 지키면서도 지금 세대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표현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안유진은 단청을 건축물 안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더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전시와 강연, 기업 협업뿐 아니라 직접 단청을 경험할 수 있는 컬러링북까지 선보이며 활동 영역도 넓혔다.
고령화가 이어지는 전통문화 전승 현장에서 20대부터 장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 안유진은 전통 단청과 젊은 세대를 연결하는 새로운 방식의 작업을 계속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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