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 지침에 구체적인 숫자가 담기면 더 쉽게 믿게 된다. 단백질을 많이 먹고 술은 정해진 잔 수만 마시라거나 지방도 몸에 꼭 필요하다는 설명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그러나 같은 기준이라도 개인의 평소 식단과 신체 처리 능력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제시된 권장량이 현실에서 지킬 수 있는 수준인지, 누구에게나 안전한지 먼저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서울대학교 이승훈 교수는 새 영양 지침의 방향과 수치를 구분해 평가했다.
그는 “한국인들의 식단이 나쁜 건 맞습니다”라며 특히 노년층의 저단백 식습관을 문제로 짚었다. 단순당을 줄이고 단백질의 중요성을 강조한 방향에는 동의했지만, 고단백·음주·고지방 섭취를 일률적으로 권하는 방식은 한국인의 식생활과 개인차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필요성과 권장량은 다른 문제다
이승훈 교수는 노년층이 치아가 약해지면서 부드러운 국밥이나 칼국수, 수제비 등 탄수화물과 국물 위주로 먹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어 “너무 저단백식이에요. 특히 노인들이”라고 말하며 단백질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진단은 타당하지만, 기존 권장량인 체중 1kg당 약 0.8g도 채우기 힘든 현실에서 1.2~1.6g을 제시하면 현실적 개선보다 달성하기 어려운 숫자만 남을 수 있다. 부족하다는 사실이 무조건 많은 양을 권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술은 잔 수보다 개인차가 먼저다
음주 기준 역시 누구에게나 같은 잔 수를 적용할 수는 없다. 이승훈 교수는 뇌졸중 환자가 적정 음주량을 물으면 개인별 알코올 분해 능력을 고려해 횟수와 양을 제한한다고 밝히며 “두 잔도 어떤 사람은 치명적인 수준의 술일 수도 있는 거거든요”라고 말했다. 간의 알코올 분해 능력이 다르면 같은 양도 위험성이 달라진다. 허용량처럼 보이는 숫자를 안전 보증으로 받아들이기보다 개인의 상태를 먼저 살피는 판단이 필요하다.
몸에 필요한 지방도 과식하면 쌓인다
지방은 심장과 근육이 사용하는 영양소이지만 과식하면 내장지방으로 쌓이기 쉽다. 이승훈 교수는 지방이 든 유제품 등을 권장받은 사람이 고소한 음식을 제한 없이 먹는 식의 오해를 경계하며 “이렇게 섭취를 권장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라고 말했다.
필요한 영양소라는 설명과 적극적으로 더 먹으라는 권고는 구분해야 한다. 결핍을 피하는 기준이 과식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변질되면 지침의 취지가 흐려진다.
새 지침을 판단하는 기준은 강한 숫자가 아니라 실제 식단에서 지속할 수 있는 변화다. 단백질의 중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지나치게 높은 섭취량을 비판한 이승훈 교수의 태도는 영양 권고를 무작정 신봉하거나 거부하지 않는 균형 잡힌 기준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0.8g도 하기 힘든 나라였는데 갑자기 두 배는 우리나라에서 적용하기 힘들죠”라는 지적처럼, 출발점과 개인차를 고려하지 않은 권고는 먼저 신중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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