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는 세상을 아이보다 오래 살았다는 이유로 더 나은 선택을 안다고 믿기 쉽다. 옷과 공부, 진로를 대신 정하는 일도 실패를 막아주는 보호라 여긴다. 아이가 별다른 반항 없이 따르면 선택이 옳았다는 확신은 강해진다. 그러나 순종하는 모습만 보고 아이가 그 삶을 원한다고 단정하면, 독립은 성장보다 탈출에 가까워질 수 있다.
아나운서 이금희는 부모와 자녀 관계가 달라지는 출발점을 아주 이른 시기로 보았다. 이금희는 “아이가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걸 먼저 인정하셔야 해요”라며 “저는 세 살, 네 살부터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부모의 판단이 아무리 좋아 보여도 아이의 선택을 계속 대신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고집은 독립의 첫 신호다
이금희는 한겨울에도 얇은 엘사 드레스를 입겠다고 고집해 어린이집에 간 아이 사례를 들었다. 그러면서 “애들은 그때부터 자기 주장이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어른에게는 엉뚱한 선택이지만, 아이에게는 자기 취향을 드러내는 경험이다. 위험을 막는 것과 취향을 없애는 것은 다르다. 사소한 선택의 기회를 빼앗으면 스스로 결정하고 감당하는 힘을 익히기 어렵다.
대신 고른 삶은 표정에 남는다
이금희가 대학 4학년 때 만난 미나는 언덕과 계단이 많은 캠퍼스에도 매주 하이힐과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등교했다. 토요일 티타임에서 미나는 어머니가 속옷과 겉옷, 가방, 교재와 신발까지 정해줬다고 털어놓았다. 이금희는 “대학교 4학년인데 그 나이가 될 때까지 속옷 한 장을 자기가 사 본 적이 없대요”라고 전했다. 어머니는 못다 이룬 대학과 전공에 대한 한을 딸을 통해 이루려 했고, 미나는 그 전공의 4학년이 됐다. 부모의 꿈이 자녀의 목표가 되면 자녀의 취향과 의사는 가장 작은 자리부터 밀려난다.
처음 웃은 날은 떠날 길이 열린 날이었다
이금희는 “미나는 그 아름다운 얼굴로 단 한 번도 웃지 않았고 무표정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런 미나가 졸업을 앞두고 취업 소식을 전할 때 처음 웃었다. 직장은 “집에서 네 시간 반 거리”에 있었다. 이금희는 미나가 어머니 뜻에 매달려 행복하지 않았지만 마침내 떠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짚었다. 부모가 길을 강요할수록 자녀는 자기 삶을 찾기 위해 부모와 더 먼 거리를 필요로 할 수 있다.
자녀의 선택을 인정한다는 것이 모든 결정을 방치한다는 뜻은 아니다. 안전의 경계는 세우되, 옷과 취향부터 진로까지 자녀가 자기 몫의 선택을 직접 경험하게 하는 일이다. 이금희가 “그게 자기 인생이거든요. 그걸 인정해 주셔야 돼요. 세 살부터”라고 한 말은 부모의 꿈과 자녀의 삶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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