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주 사진이 휴대전화에 올라오면 몇 번씩 들여다보면서도 막상 자식 집에 놀러 가자는 말에는 망설이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손주가 싫어진 것도 아니고 자식과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식 집에 다녀오고 나면 몸보다 마음이 더 피곤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60대 부모들이 자식 집 방문을 부담스러워하는 데에는 단순히 세대 차이로 설명하기 어려운 속사정이 있습니다.

3위. 자식 집에서는 작은 행동 하나도 조심스러워지기 때문
평생 자신의 집에서 편하게 생활하던 부모도 자식 집에 가면 모든 것이 낯설어질 수 있습니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셔도 되는지, 소파에 누워 잠깐 쉬어도 되는지, 손주에게 간식을 줘도 되는지 눈치를 보게 됩니다.
특히 자식 부부가 정해놓은 생활 규칙이 많다면 부모는 무심코 실수하지 않을까 신경을 쓰게 됩니다. 물론 자식 부부의 생활방식과 육아 원칙은 존중해야 합니다. 다만 방문한 부모가 지나치게 긴장하지 않도록 편안하게 쉴 자리와 시간을 마련해주는 배려도 필요합니다.

2위. 놀러 갔다가 하루 종일 손주를 돌보게 되기 때문
손주가 보고 싶어 찾아갔는데 어느 순간 부모 대신 육아를 책임지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식 부부가 잠깐 외출한다며 아이를 맡기거나 식사 준비와 설거지까지 자연스럽게 부탁하기도 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식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거절하기 어렵지만 나이가 들수록 어린아이를 오래 돌보는 일은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손주를 돌보다 허리나 무릎이 아파도 자식에게 걱정을 끼치기 싫어 말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손주를 사랑하는 마음과 육아를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은 별개의 문제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1위. 반갑게 불러놓고 정작 부모에게는 관심을 주지 않기 때문
60대 부모들이 자식 집에 가기 싫어할 수 있는 가장 서운한 이유는 자신이 손주를 보러 온 사람으로만 여겨지는 순간입니다. 오랜만에 자식 집을 방문했는데 자식 부부는 각자 휴대전화를 보거나 집안일을 하느라 바쁘고 부모에게는 손주와 놀아달라는 말만 남깁니다. 부모는 자식의 얼굴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싶었지만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다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물론 바쁜 자식들이 일부러 부모를 소홀하게 대하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는 자신이 가족의 일원으로 초대받은 것인지 필요한 일을 도와주기 위해 불려 온 것인지 혼란스러워질 수 있습니다.
부모가 자식 집에서 가장 서운해하는 순간은 대접을 받지 못했을 때가 아니라 자신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느낄 때입니다. 부모도 손주를 사랑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이기 전에 자신의 일상과 고민을 가진 한 사람입니다. 손주를 보여주는 일만큼 부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시간도 중요합니다.

자식 집에 가기 싫다는 부모의 말이 반드시 자식과 손주에 대한 사랑이 줄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가족을 사랑하기 때문에 서운한 마음을 쉽게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모가 원하는 것은 거창한 대접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함께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며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봐 주는 짧은 시간이 더 소중할 수 있습니다. 자식 집이 부모에게 편안한 공간이 되려면 손주를 돌보는 역할뿐 아니라 부모 자신의 존재도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필요합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