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도쿄 특파원 김웅철은 2000년대 초중반 일본 사회가 고령화하는 모습을 현지에서 직접 경험했다. 그가 은퇴 문제에서 주목한 것은 단순히 늘어난 여가가 아니다. 직장을 떠나며 사회적 관계가 한꺼번에 줄어들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가족의 기존 생활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은퇴 이후 찾아오는 고립은 퇴직 당일 갑자기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인간관계와 취미를 은퇴 전에 미리 준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은퇴 뒤의 30년을 별도의 삶으로 바라봐야 한다
김웅철은 “은퇴 후에도 무려 30년이라는 새로운 인생이 주어지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오래 사는 일을 막연한 축복이나 불안으로만 치부하지 말라는 뜻에 가깝다.

직장이 사라진 뒤에도 긴 시간이 남는다면 그 시간을 지탱할 생활 구조가 필요하다. 특히 남편의 은퇴는 아내가 유지해 온 일상과 사회적 관계, 개인 시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함께 산다는 이유로 상대의 시간을 당연히 공유하려 하기보다, 각자가 쌓아 온 생활 방식을 인정해야 한다. 은퇴 준비에는 자산뿐 아니라 집 안에서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기준도 함께 포함돼야 한다.
멀리 있는 인맥보다 가까운 친구를 찾는다
김웅철은 “우리 은퇴자들 미리 핸드폰 연락처에서 어떤 친구가 지근거리 친구가 될 수 있는지 리스트를 한번 뽑아서 작성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라고 제안했다. 중요한 것은 아는 사람의 수가 아니라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거리와 관계의 온도다.
약속 하나를 위해 큰 준비가 필요하다면 만남은 쉽게 뜸해진다. 반대로 가까이 사는 친구와 가볍게 안부를 나눌 수 있으면 일상은 덜 고립된다. 이때 정치나 종교처럼 입장 차이가 커지기 쉬운 주제보다 일상과 취미를 중심으로 대화하고, 지나치게 사적인 문제에 관여하지 않는 편이 좋다. 오래가는 관계에는 친밀함만큼 적당한 경계가 필수적이다.
취미는 시간이 아니라 성취감을 남겨야 한다
김웅철은 “평생 취미는 은퇴를 하고 난 후부터 시작해 보자 해서 되는 게 아니고 그때 시작하면은 사실 평생 취미를 만들기는 시간적으로 늦습니다”라고 말했다. 취미는 남는 시간을 소비하는 수단에 그쳐서는 안 된다. 반복할수록 조금씩 나아지고 다음 단계를 기대하게 만드는 활동이어야 긴 시간을 버틸 힘이 된다.
김웅철은 약 6년 동안 발레를 하며 단계적으로 숙련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삶의 고양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남들이 흔히 선택하는 종목인지보다 자신이 꾸준히 배우고 성취를 확인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은퇴 전에 시작하면 실력뿐 아니라 일정과 사람, 익숙한 장소까지 함께 쌓아갈 수 있다.
은퇴 이후를 지키는 기준은 결코 거창하지 않다. 배우자의 일상을 침범하지 않고, 가까운 사람과 담백하게 연결되며, 조금씩 성장할 취미를 미리 만드는 것이다. 김웅철의 사례는 고립을 피하려면 인간관계와 즐거움도 퇴직 전에 미리 연습해 두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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