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었냐” 말고 할 말 없는 은퇴 남편… 프로파일러 배상훈이 던진 ‘단호한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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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을 때는 대화가 부족하더라도 바쁜 일상을 핑계로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남편이 은퇴해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음에도 “밥 먹었냐” 같은 식사 얘기 말고는 할 말이 없다면 아내가 느끼는 외로움은 더욱 선명해진다.
온종일 붙어 있는 시간과 마음이 가까워지는 정도가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 매일 같은 공간에 머물러도 서로의 생각을 묻지 않는다면 부부는 생활만 공유하는 사이가 되기 쉽다.
밥 이야기는 대화보다 업무에 가깝다
무엇을 먹을지, 언제 차릴지, 반찬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묻는 말은 일상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말은 용건이 끝나면 함께 끝난다. 상대가 요즘 무엇을 걱정하는지, 어디에 마음이 쏠리는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아내가 식사를 매개로 계속 말을 거는 것도 다정해서만은 아니다. 다른 화제를 꺼냈다가 대답이 끊기거나 무시당한 경험이 쌓이면 결국 가장 안전한 용건만 남기게 된다.
은퇴 후의 침묵을 무조건 애정이 식은 증거로 볼 수는 없다. 직장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던 사건과 만남이 줄어들면 아내에게 들려줄 이야기도 함께 줄어든다. 문제는 말수가 아니라 반응하는 태도다.
짧게 대답하더라도 상대의 말을 듣고 되묻는 사람과, 귀찮다는 표정으로 대화를 잘라내는 사람은 다르다. 대화를 회복하려면 얼마나 길게 말하는지가 아니라 서로의 말이 안전하게 받아들여지는지를 봐야 한다.
캐묻는 질문은 침묵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답답한 아내는 남편에게 왜 말을 안 하는지, 온종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따져 묻게 된다. 마음을 확인하려는 질문이지만 남편에게는 자신을 심문하거나 고치려는 말로 들릴 수 있다.
반대로 남편이 아내의 관심사를 시시하다고 평가하면 아내 역시 입을 닫는다. 부부 대화는 특별한 화제를 찾아야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 상대의 말에 곧바로 충고하거나 판정하지 않는 태도가 있어야 사소한 생각도 안심하고 입 밖으로 나온다.
모든 침묵이 참고 견디는 침묵은 아니다
대화를 살리겠다는 이유로 한쪽만 계속 친절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비웃음과 면박, 명령조의 말이 반복되는데도 분위기를 풀겠다며 웃어넘기면 무례함이 일상의 방식으로 굳어질 수 있다.
프로파일러 배상훈은 “무례한 사람에게 친절할 필요 없습니다. 단호한 침묵이 가장 무서운 방어입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침묵은 상대를 벌주는 냉전이 아니라, 모욕적인 방식의 대화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경계에 가깝다.
다만 말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남편을 무례한 사람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평범한 침묵과 관계를 갉아먹는 침묵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말문이 막혀도 서로를 존중하고 다시 들으려는 기색이 있다면 대화는 아직 이어질 여지가 있다. 밥 이야기만 남았을 때 살펴볼 것은 화제의 개수가 아니라, 한 사람이 입을 열었을 때 다른 사람이 그 마음을 함부로 다루지 않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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