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금은 한 번에 받아야 든든하다는 생각이 익숙합니다. 반대로 나눠 받아야 오래 버틴다는 말도 그럴듯합니다. 하지만 아직 일하는 60대라면 어느 방식이 더 좋은지보다, 소득이 끊긴 뒤 무엇을 감당해야 하는지를 먼저 따져야 합니다. 퇴직금 형태는 은퇴 이후의 현금 흐름과 함께 결정해야 할 문제입니다.
지금 버는 돈과 퇴직 뒤의 소득을 나눠 본다
일할 때는 월급이 생활비를 충당해 줍니다. 그래서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아도 당장 부족하지 않을 것처럼 느끼기 쉽습니다. 판단의 기준은 통장 잔액이 아니라 근로소득이 사라진 뒤 매달 수입과 지출입니다. 공적연금이나 다른 정기 수입이 생활비를 어느 정도 채워주는지, 소득 공백 기간은 없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나눠 받는 방식은 정기적인 생활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월 수령액만 보고 안심해서는 곤란합니다. 수령 기간과 방식에 따라 실제 현금 흐름이 달라지고, 세금과 금융기관 조건도 살펴야 합니다. 선택 후 변경할 수 있는 범위까지 확인해야 예상과 현실의 차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목돈에는 반드시 맡을 역할이 있어야 한다
일시금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갚아야 할 부채가 있거나 퇴직 직후 큰 지출이 예정돼 있다면 목돈의 역할이 분명합니다. 중요한 것은 ‘받아 두면 안심된다’는 마음과 실제 필요한 금액을 구분하는 일입니다. 사용처가 정해지지 않은 큰돈은 생활비와 섞이기 쉽고, 예상보다 빠르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목돈이 필요한 항목은 금액과 시기를 따로 적어 보면 판단이 선명해집니다. 가까운 시기에 반드시 써야 할 돈인지, 다른 자금으로 감당 가능한지, 지출 후 비상자금이 남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일시금 선택은 돈을 크게 받는 결정이 아니라 노후 자금 일부를 앞당겨 쓰는 결정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자산과 소득에만 기대지 않는다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이은형은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가 개인의 경제 활동과 자산 가치에 미칠 영향을 짚으며 “정해진 미래의 위기 시나리오를 안다면 지금 당장 내 삶의 생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퇴직금도 이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부를 목돈으로 둘지, 모두 정기 수령으로 돌릴지 한쪽만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부는 당장 필요한 자금으로 남기고, 일부는 장기간의 생활비 흐름으로 설계하는 선택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아직 일을 계속한다면 근로소득이 유지되는 기간도 중요한 자산입니다. 다만 얼마나 더 일할 수 있는지를 낙관적으로만 잡으면 퇴직금 역할이 흔들립니다. 소득이 일찍 끊겨도 버틸 수 있는지가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부채나 큰 지출처럼 목돈이 꼭 필요한 사정이 있다면 일시금 비중이 커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정기 수입이 부족하고 자금 관리 부담을 줄이고 싶다면 나눠 받는 쪽이 더 어울립니다. 답은 수령액의 크기가 아니라 퇴직 뒤에도 생활비가 끊기지 않는 구조에 있습니다. 든든해 보이는 방식보다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방식을 골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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