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것도 같은 시기 극장을 장악하던 할리우드 대작을 제치고 말이죠. 이틀 연속 1위를 지켰고 2주 차 주말에도 정상을 되찾았습니다. 그런데 누적 관객은 25만 명 선에 머물렀습니다. 2021년 봄에 개봉한 ‘자산어보’ 이야기입니다.
1위인데 관객은 1만 명대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으로 이 작품은 개봉 첫날 전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당시 2위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였습니다. 이틀째에도 1만 5975명을 동원하며 1위를 지켰는데, 그 시점 누적 관객은 5만 3813명이었습니다. 1위를 하는 날의 일일 관객이 1만 명대라는 뜻이죠. 감염병으로 극장이 얼어붙어 있던 시기라 1위라는 타이틀의 의미가 평소와 전혀 달랐습니다.

뒷심을 발휘했지만
이 작품은 개봉 후에도 쉽게 순위에서 밀려나지 않았습니다. 2주 차 주말에는 사흘간 5만 4137명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를 다시 가져왔고, 그 시점 누적은 25만 5561명이었습니다. 입소문으로 꾸준히 관객을 모았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시장 자체가 작아진 상황에서 숫자를 크게 키우기는 어려웠습니다. 평가와 성적이 따로 놀았던 대표적인 시기의 작품입니다.

컬러를 버린 선택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전편을 흑백으로 찍었다는 점입니다. 상업영화에서 흑백은 흥행에 명백히 불리한 선택입니다. 그런데 이준익 감독은 색을 걷어내면 인물의 표정과 형태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실제로 흑산도의 바다와 갯바위, 초가집 풍경이 흑백 안에서 전혀 다른 질감으로 살아났습니다. 화려한 볼거리 대신 사람의 얼굴을 보게 만드는 연출이었습니다.

학자와 어부가 만났을 때
이야기는 흑산도로 유배된 학자 정약전이 섬 청년 창대를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와 바다를 벗어나고 싶은 어부가 서로에게 배우며 벗이 되어 가는 과정이 중심이죠. 설경구가 정약전을, 변요한이 창대를 연기했고 이정은이 또 하나의 축을 담당했습니다. 이준익 감독은 정약용 옆의 정약전, 그 옆의 창대까지 내려가다 보면 그 시대의 진짜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이 영화를 찍었다고 말했습니다. 신분과 나이를 넘어선 관계가 영화의 핵심입니다.

지금 보면 더 좋은 작품
극장에서 놓친 관객이 OTT로 뒤늦게 보고 인상 깊었다는 반응이 꾸준합니다. 자극적인 장치 없이 대화와 풍경만으로 끌고 가는데도 지루할 틈이 없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흑백이라는 형식이 처음에는 낯설어도 금세 익숙해진다는 후기도 흔합니다. 사극을 좋아하거나 담백한 영화를 찾는다면 어울리는 선택입니다. 현재 여러 OTT 플랫폼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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