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대방의 명백한 악의나 비난보다 우리를 훨씬 더 고통스럽게 만드는 말이 있다. 바로 반박할 여지조차 없는 ‘맞는 말’이다.
틀린 말이라면 억울해하거나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내 약점과 게으름을 정확히 꿰뚫는 바른 지적을 마주하면 마음속에서 형언할 수 없는 분노와 저항감이 치솟는다. 대화전문가 박재연 소장은 이러한 반응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심리 기제라고 설명한다.

반박할 수 없는 지적이 더 아픈 이유
유튜브 채널 ‘마보TV’에 출연한 리플러스 인간연구소 박재연 소장은 사람이 가장 듣기 힘들어하는 말의 본질은 ‘나의 죄책감을 건드리는 말’이자 ‘동의하기 싫지만 동의할 수밖에 없는 맞는 말’이라고 짚었다.
평소 입으로는 환경보호를 외치면서도 비 오는 밤 짐이 무겁다는 이유로 비닐봉지를 쓰려다 지인에게 제지당했을 때의 부끄러움, 퇴근 후 소파에 널브러져 있는 자신에게 “아빠는 왜 맨날 누워만 있어?”라고 묻는 아이에게 벼락같이 화를 내는 부모의 심리가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내면 깊은 곳의 찔림을 들켰을 때 인간은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공격성을 드러내거나 합리화에 매달리게 된다.
생각과 감정 대신 ‘행동’부터 바꾼다
박 소장은 정곡을 찔려 발끈하는 순간, 솟구치는 화나 생각을 억지로 통제하려 들지 말라고 조언한다. 인간의 감정과 사고는 의지만으로 즉각 바꾸기 어렵지만 ‘신체 행동’은 1초 만에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법은 단순하면서도 파격적이다. 상대의 정곡을 찌르는 지적 앞에서 호탕하게 ‘확 웃어버리는 것’이다.
웃음과 함께 “네 말이 맞아. 듣고 보니 내가 좀 귀찮았나 보다”라며 쿨하게 인정해 버리는 행동을 취하면 뇌 속의 방어기제가 순식간에 해제된다. 신기하게도 내 몸의 행동이 바뀌면 뒤따라 감정과 생각도 유연하게 누그러진다. 더욱이 상대방은 잔소리를 이어갈 명분을 완전히 잃고 그 자리에서 말을 멈추게 된다.
지적에 발끈하며 맞서는 사람은 미성숙해 보이지만, 불편한 진실을 웃으며 수용하는 사람은 범접하기 힘든 여유를 증명한다. “네 말이 맞아”라는 단 한마디가 상대의 입을 닫게 하고 내 인격의 품격을 단숨에 끌어올리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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