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제에서는 트로피를 쓸어 담았는데 극장에서는 조용히 지나간 작품들이 있습니다. 규모가 작아 상영관을 많이 잡지 못했거나, 개봉 시기가 애매했던 경우가 대부분이죠. 지금은 OTT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세 편을 골랐습니다.
의심이 어떻게 번지는지 보여준 영화
첫 번째는 2019년 개봉한 ‘메기’입니다. 병원에서 벌어진 한 사건을 두고 사람들의 추측이 어느새 진실처럼 굳어지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간호사 윤영을 맡은 이주영과 그의 남자친구 성원 역의 구교환, 그리고 문소리가 호흡을 맞췄습니다. 이옥섭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GV아트하우스상과 KBS독립영화상, 시민평론가상, 올해의 배우상까지 4관왕에 올랐습니다. 모든 것이 기록되는 시대에 오히려 믿음은 희미해진다는 역설을 파고든 작품입니다.

일이 끊긴 영화 프로듀서의 하루
두 번째는 2020년 3월 개봉한 ‘찬실이는 복도 많지’입니다. 오래 일하던 감독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일거리가 뚝 끊긴 영화 프로듀서 찬실의 일상을 따라갑니다. 주연을 맡은 강말금에게는 생애 첫 장편 주연작이었고, 김초희 감독에게도 장편 데뷔작이었습니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3관왕과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을 받으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았습니다. 깔깔 웃다가 가슴이 찌르르해진다는 반응이 많았던 작품입니다.

피 한 방울 안 섞인 두 사람
세 번째는 2019년 5월 개봉한 ‘나의 특별한 형제’입니다. 머리를 쓰는 형 세하와 몸을 쓰는 동생 동구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채 20년을 함께 살아온 이야기입니다. 신하균과 이광수가 두 주인공을, 이솜이 또 한 축을 맡았습니다. 세 배우 모두 이 작품에서 처음 만났는데도 친남매 같다는 말이 나올 만큼 호흡이 좋았습니다. 개봉 후 100만 관객을 돌파하자 세 배우가 자필 감사 편지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상을 받았다고 다 보는 건 아니다
세 작품의 공통점은 평가와 흥행의 간극이 컸다는 점입니다. 영화제에서는 주요 상을 받고 평단의 지지도 얻었지만, 극장에서는 상영관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개봉 당시 이 작품들이 걸린 극장을 찾아가려면 일부러 시간을 내야 했던 경우도 많았습니다. 지금은 OTT 덕분에 그런 수고 없이 바로 볼 수 있게 됐습니다. 규모가 작다고 밀도까지 낮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들입니다.

주말 한 편씩 보기 좋은 작품들
세 편 모두 러닝타임이 길지 않고 전개도 담백한 편이라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습니다. 긴장도 높은 장르물에 지쳤을 때 특히 어울립니다. 배우들의 초기작을 확인하는 재미도 적지 않습니다. 지금 활발히 활동 중인 배우들의 다른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세 작품 모두 여러 OTT 플랫폼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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