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작비 450억 원. 당시 한국 영화 사상 최대 규모였습니다. 할리우드와 영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한국 감독의 지휘 아래 모였고, 개봉 전 이미 167개국에 선판매됐죠. 기획부터 완성까지 9년이 걸린 프로젝트였습니다. 2013년 여름 개봉한 ‘설국열차’ 이야기입니다.
한국 영화 최대 제작비
이 작품에 투입된 제작비는 450억 원 규모였습니다. 같은 날 개봉한 또 다른 한국 영화의 제작비가 35억 원이었으니, 열세 배 가까운 차이였습니다. 국내 상업영화 평균 제작비의 하한선에 해당하는 작품과 사상 최대 제작비 작품이 같은 날 맞붙은 셈입니다. 당시 언론은 이 대결을 그해 여름 극장가의 최대 관전 포인트로 꼽았습니다. 규모만 놓고 보면 전례가 없는 도전이었습니다.

167개국 선판매라는 기록
개봉 전부터 이 작품은 167개국에 선판매되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세계적인 배급사들이 배급을 맡았고, 북미 배급권도 일찌감치 확보됐습니다. 한국 감독이 연출한 영화가 기획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설계된 거의 첫 사례였습니다. 감독은 칸 영화제 출품을 검토했지만 완성도를 우선해 포기하는 선택을 하기도 했습니다. 작품을 둘러싼 모든 결정이 전례 없는 규모 위에서 이뤄졌습니다.

송강호와 할리우드 배우들
출연진 구성도 이례적이었습니다. 송강호와 고아성이 한국 배우로 합류했고, 크리스 에반스와 틸다 스윈튼을 비롯한 할리우드·영국 배우들이 함께했습니다. 스태프 상당수도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던 인력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언어와 제작 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한 현장에서 일한다는 것 자체가 큰 과제였습니다. 그럼에도 한국 배우들이 극의 중심축을 그대로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935만이라는 결과
개봉 첫날 41만 명 이상이 극장을 찾았고, 최종 누적 관객은 935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천만에는 닿지 못했지만 규모와 소재를 생각하면 충분한 성과였습니다. 다만 평점은 개봉 초부터 불안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렸습니다. 끝없이 달리는 열차 안에서 꼬리칸 사람들이 앞칸을 향해 나아가는 구조가 계급을 직설적으로 다룬 탓입니다. 이 직설성이 좋았다는 쪽과 부담스러웠다는 쪽이 지금도 나뉩니다.

지금 다시 보면
이 작품은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이자 이후 이어진 영어 영화들의 출발점이었습니다. 그 뒤로 같은 감독이 세계적인 상을 받고 또 다른 영어 영화를 내놓는 흐름의 첫 단추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 보면 10여 년 전 작품이라는 사실이 잘 느껴지지 않을 만큼 미술과 세계관이 단단합니다. 열차 한 칸 한 칸의 설계를 들여다보는 재미도 큽니다. 현재 여러 OTT 플랫폼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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