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오전 8시, 애플 명동 스토어 출입문이 열리자 직원들이 박수와 환호로 고객을 맞이했다. 1차 출시국 가운데 한국에서도 애플의 첫 폴더블폰 ‘아이폰 듀오’의 정식 판매가 이날 시작됐다.
개점 전 매장 앞에는 100명 이상이 줄을 섰다. 오전 7시 10분께 4~5명이던 대기 줄은 7시 38분을 넘기며 20명가량으로 늘었고, 개점이 가까워질수록 더 길어졌다.
줄 선 이들이 사전구매를 했는지 직원들이 먼저 확인했고, 물건을 받아 가는 순서도 설명해 줬다. 안으로 들어가면 직원 한 명이 고객 한 명을 전담해, 받을 기기를 확인하고 손수 갖다 줬다. 물건을 건네받은 고객에게는 사용법을 설명하고, 전시된 기기를 같이 둘러보기도 했다.
17시간 기다려 1호가 된 33세 디렉터
1호 구매자는 인천에서 온 박성건(33) 씨다. 직업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박 씨는 출시 전날 오후 3시에 자리를 잡아 약 17시간을 버텼다. 그는 휴대전화용 액세서리를 만드는 브랜드 회사에 다니는데, 액세서리를 빨리 만들어 보고 싶어 업무용으로 샀다.
박 씨는 지난달 아이폰18 프로가 나왔을 때는 2호 구매자였다. 이번에는 1호가 됐다. 그는 “평소 1,2등에 연연하진 않지만 이번에 1등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어릴 때 아니면 못 해볼 경험이라고 판단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개인적으로 쓰는 기기는 아이폰18 프로이고, 일에 쓰려고 장만한 것이 듀오다. 박 씨는 듀오를 카메라에 붙여 모니터로 쓸 구상도 하고 있다. 300만원대 가격은 구매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면서도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같이 사는 것과 비교하면 합리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아이폰 듀오만 들고 다니면 돼”
정해웅(36) 씨는 네 번째 구매자로, 유튜브와 틱톡을 운영 중이다. 맥북과 아이패드 미니를 대체하려고 샀고, 이동 중 영상을 편집하거나 후면 카메라로 라이브 방송을 할 계획이다. 정 씨는 “이제는 아이폰 듀오만 들고 다니면 돼 편할 것 같다”고 했다.
삼성 올레드는 눈이 아팠지만 나노텍스처는 편안할 것이라고 봤다는 점도 구매 이유다. 가격은 현재 가진 아이폰17, 아이패드 에어를 되팔아 메우면 덜할 것으로 계산했다.
주방 자동화 로봇을 개발하는 로보틱스 기업 리피즈의 송정수(27) 대표는 회의 필기용 아이패드를 대체하길 기대했다. 그래도 가장 큰 계기는 신기함이었다고 했다.
세 번째로 입장한 전남 나주의 중년 남성은 아이폰 3GS부터 매년 아이폰을 사 온 스스로 ‘사전예약 베테랑’이다. 이번 예약은 5분이 안 걸렸다. 현재 아이폰17 프로 맥스 사용자인 이 남성은 둘 다 사려다 가격이 부담돼 듀오 한 대만 골랐다고 했다. 듀오가 출시되지 않았다면 아이폰18 프로를 택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전구매에 실패해 구경이라도 해보려고 왔다”
이날 현장 구매는 막혀 있었다. 애플은 출시일에 온라인 주문 후 배송 또는 매장 수령만 가능하게 했다. 명동 스토어에서 오전 8~9시에 제품을 받기로 한 사람은 200명이었고, 방문객 대부분은 온라인 사전 구매자이거나 구경하러 온 사람이었다.
“사전구매에 실패해 구경이라도 해보려고 왔다”는 말과 함께 멋쩍은 웃음을 지은 이는 30대 초반 박모 씨였다.
사전예약은 16일 시작됐다. SK텔레콤의 출시 첫날 배송 보장 1차 물량은 1분 만에 소진됐고, KT 다이렉트샵의 256·512GB 1·2차 물량도 1분 만에 동났다. 일부 주문은 배송이 내년 1월 하순까지 밀렸다.
국내 출고가는 용량별로 2TB가 509만원, 1TB가 419만원, 512GB가 359만원이고 256GB는 329만원이다. 갤럭시 Z 폴드8의 256GB 모델(227만 8100원)과 견주면 듀오 256GB는 101만 1900원 더 비싸다. 무게도 254g으로 폴드8(201g)보다 53g 무겁다. 갤럭시 Z 폴드8을 쓰는 황인찬(32) 씨는 “아이폰 듀오가 더 무거워 쓸 때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출시 당일 확보한 기기로 앱을 실행해 보니 상당수 앱은 펼친 화면 양옆에 검은 여백이 남았다. 여백이 생긴 앱에는 쿠팡플레이와 디즈니플러스, 다수 게임, 우리WON뱅킹·현대카드·토스·KB스타뱅킹 같은 금융앱, 네이버와 네이버웹툰, 구글 맵·G메일이 있었다. 넷플릭스, 챗GPT, 인스타그램, 유튜브, 카카오톡은 반대로 안쪽 화면을 가득 채웠다.
네이버웹툰은 21일 애플 앱 쇼케이스에서 화면 맞춤 기능을 시연했지만, 출시일 실기기에서는 여백이 나타났다. iOS 26 및 그 이전 버전 SDK로 개발된 앱은 애플 개발자 안내에서 원래 크기 그대로 가운데에 배치된다고 설명한다. iOS 27 SDK 앱은 대부분 활용하고, 27.1 SDK 이상부터 전체 화면을 쓴다.
의무 적용 시점은 2027년 4월로, 이후에는 iOS 27 이상 버전의 SDK로 만들어야 한다. 애플 펜슬 지원은 출시 시점에는 빠졌고 연내 업데이트로 들어온다. 외신 더버지는 듀오를 “가격이 비싸고 여러 면에서 타협이 필요하지만, 흥미로운 1세대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제프리스의 에디슨 리는 올해 출하량을 600만~700만대로 전망하며 배송 지연의 원인을 낮은 수율로 짚었다. 업무용으로는 합리적이라는 구매자 반응과 무게 · 가격 · 앱 여백에 대한 우려가 엇갈린 채, 애플의 첫 폴더블폰은 1세대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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