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6월 서울 강서구에서 발생한 고문 살인사건은 피해자와 가해 남성이 ‘가상의 국가’를 만들어 독자적인 규칙을 적용하며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피해자 임잔디씨(가명)가 남자친구 전씨로부터 3시간 넘게 500회가 넘는 폭행을 당해 사망한 이 사건은, 두 사람 사이에 만들어진 ‘뚜리국’이라는 허구의 국가와 그 안에서 집행된 처벌 규칙이 사건의 배경에 자리하고 있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지난 24일 이 사건을 조명하면서, 제작진은 임씨의 휴대전화에서 두 사람이 주고받은 대화와 ‘국프(국가 프로젝트)’라는 용어가 다수 등장하는 기록을 확보했다. 이들은 ‘뚜리국’이라는 이름의 국가를 설정하고, 운영 방침과 규칙, 처벌에 관한 문서까지 만들어 공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제작진이 확인한 규칙 문서에는 “거짓을 선택하는 순간 너는 그 어떤 인간적인 대우도 불가하다”, “처벌이 시작되면 그 어떠한 소명과 해명도 불가능하다”, “처벌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등 가혹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처벌 권한은 전씨에게만 주어져 있었다.
전씨는 제작진과의 대화에서 이러한 규칙을 만든 이유에 대해 “둘이 정한 규칙”이라며 “덜 싸우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상대방을 통제하고 처벌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 당일인 지난 6월 20일 오후 2시 24분경, 서울 강서구 반지하 주택에서 임씨가 의식을 잃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함께 거주하던 남자친구 전씨였다.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가 임씨를 확인했을 때 이미 심정지 상태였으며, 부검 결과 갈비뼈 21개가 골절되고 주요 장기가 파열된 사실이 드러났다. 주거지에 설치된 홈캠 영상에는 전씨가 3시간 20분 동안 임씨를 514차례 폭행하는 모습이 기록되어 있었다.
전씨는 임씨를 폭행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으나, 살해 의도는 없었고 임씨의 거짓말에 화가 나 우발적으로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전씨의 부모는 임씨가 아들을 가스라이팅했다고 말했으며, 전씨는 피해자 유족을 평생 부양하는 방식으로 사죄 의사를 밝혔다.
방송에 출연한 전문가는 전씨의 폭행이 단순한 감정적 격분의 결과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자신이 만든 규칙을 통해 피해자를 통제하는 과정에서 폭행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사건 당일 촬영된 영상에서는 전씨가 반복적으로 죽음에 관한 언급을 하면서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폭행을 이어갔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는 “감정적으로 동요하지 않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상대를 폭행하는 모습이 섬뜩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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