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시절의 얼굴을 보고 한 사람의 운명이나 인성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중년 이후의 얼굴에 대해서는 ‘관상은 과학’이라는 말이 결코 틀리지 않다.
수많은 사람들의 심리 및 관계 문제를 치유해 온 이호선 교수는 나이 든 사람의 얼굴이야말로 그 사람이 평생 동안 살아온 삶의 방식과 내면이 굳어져 완성된 ‘최후의 조형물’이라고 강조한다. 나이 들수록 얼굴에 드러나는 인품의 실체와, 무너진 인상을 단번에 뒤바꾸는 표정의 힘을 짚어본다.
성형으로도 감출 수 없는 말년의 ‘분위기’
흔히 마흔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을 한다. 의학 기술이 발달해 주름을 펴고 성형을 하더라도, 그 사람이 수십 년간 축적해 온 특유의 분위기까지 바꿀 수는 없다. 항상 불만을 품고 살아온 사람에게는 특유의 찌푸린 표정이 새겨지고, 타인을 날카롭게 쏘아보며 살아온 이에게는 매서운 눈초리가 남는다.
반면 평소 관대하고 온화한 태도를 유지해 온 사람은 굳이 긴 시간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얼굴 전체에서 깊은 덕(德)과 안정감이 묻어난다. 표정은 안색의 좋고 나쁨을 넘어 그 사람의 인품과 됨됨이를 타인에게 가장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사회적 신호다.
스스로 짓는 의도적인 미소가 부르는 뇌의 변화
얼굴이 인생 전체를 통해 만들어진 조형물이라는 점은 절망적인 사실처럼 보일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표정은 다음 순간 즉시 다시 조형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비록 고단하고 거친 세월을 지나왔더라도 의도적으로 입꼬리를 올리고 미소를 짓는 순간, 타인은 그 사람을 다시금 안전하고 선하며 호감 가는 어른으로 인식하게 된다.
미소는 억지로라도 지어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의도적으로 웃는 얼굴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뇌에서는 도파민과 세로토닌 같은 긍정적인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어 스스로의 기분을 전환하고 표정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시킨다.
나이 들수록 웃는 얼굴이 최고의 품격이자 무기
노년으로 접어들수록 얼굴의 탄력은 떨어지고 처지기 마련이지만, 미소를 머금은 주름은 흉한 노화가 아닌 성숙한 어른의 훈장이 된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을 향해 웃어주는 이에게 호감을 품고 다가서며, 밝은 표정을 짓는 어른 곁에 머물기를 원한다.
억지로 세련된 말을 하거나 값비싼 치장을 하지 않아도, 온화한 미소 하나만으로도 주변 사람들에게 커다란 위안과 기쁨을 건넬 수 있다. 거울 앞에서 의식적으로 지어 보이는 부드러운 표정이야말로 늙어갈수록 초라해지지 않고 당당한 어른으로 남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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