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내외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강경 지지층의 요구와 중도층 이탈 우려 사이에서 복잡한 셈법을 안고 있다. 조국혁신당과 민주당 간의 미묘한 경쟁 구도 속에서, 두 당은 조 대법원장 탄핵이라는 의제를 두고 각기 다른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 탄핵을 추진할 경우 중도층 이탈과 사법부 독립 침해 논란 등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집권여당이 대법원장 탄핵을 추진한다면 그 법적·정치적 논거를 국민에게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탄핵 사유가 차고 넘친다’는 입장에 대해, 중도적 시각에서는 아직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처지가 다르다고 평가했다. 진 교수는 민주당이 탄핵을 강행할 경우 중도층 이탈 가능성을 의식할 수밖에 없지만, 조국혁신당은 오히려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을 겨냥해 보다 선명한 개혁 노선을 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두 당의 관계를 지지층을 둘러싼 ‘제로섬 게임’으로 진단하며, 민주당이 개혁 의제에서 주춤할수록 조국혁신당이 그 틈을 파고들 수 있다고 봤다.
여론조사 결과도 김 대표의 고민을 뒷받침한다. 22일 미디어토마토가 발표한 조사에서 조 대법원장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42.4%, 반대는 48.5%로 집계됐다. 지난 8월 조사와 비교해 반대 의견이 6.1%포인트 늘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 비율이 78.1%에 달했으나, 중도층에서는 찬반이 팽팽했고, 20대와 30대에서는 반대가 절반을 넘었다. (10월 19~20일 전국 성인 1033명 대상, 무선 ARS,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0%포인트, 응답률 2.2%,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내부의 입장 차이도 뚜렷하다. 한민수 최고위원과 이성윤 최고위원은 조속한 탄핵 결정을 촉구하는 반면, 박범계 의원은 국정조사를 통한 사실관계 확인을 강조했고, 이연희 의원은 탄핵 추진 자체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실익이 없고 추진이 무리하면 민주당이 독주와 폭주로 비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민석 대표가 조 대법원장 탄핵 카드를 공식적으로 꺼내든 것은 지난 16일 민주당TV 출연에서였다. 그는 이미 광범위한 요구가 나오고 있다며 모든 방법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시기나 당론 채택 여부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탄핵 가능성은 열어뒀으나 즉각적인 추진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이후 조국혁신당이 한발 더 나섰다.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은 지난 18일 페이스북에서 집권 민주당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국회 본회의 표결 날짜를 분명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이어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는 19일 탄핵소추안을 공개하고 민주당에 공동 TF 구성과 의원총회 개최를 제안했다. 탄핵 사유로는 지난해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 사건 파기환송 판결,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거부, 국정감사 증언 거부 등이 제시됐다.
민주당 내부 강경파의 압박도 거세졌다. 정청래 전 대표는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에서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지금 조 대법원장 탄핵 결정을 내리는 것이 최상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조사 카드를 시간 끌기로 규정하며, 결단을 내리지 못할 거라면 솔직히 밝히라고 김 대표를 압박했다.
이런 가운데 김 대표는 22일 민주당TV에 다시 출연해 탄핵에는 국민적 동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론 설득과 절차적 명분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국정조사 가능성도 언급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탄핵 당시 사례를 들며, 충분한 국민적 설득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의석만으로 탄핵소추안 의결이 가능하지만, 헌법재판소에서 파면을 이끌어내려면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 입증이 필요하다. 조 대법원장의 임기가 내년 6월까지라는 점, 탄핵심판이 길어지거나 기각될 경우 사법부 독립 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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