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정을 배경으로 한 한국 영화 가운데 실제 사건에서 출발한 작품들이 있습니다. 화려한 반전보다 서류 한 장과 증언 한 줄을 붙드는 장면이 긴장을 만듭니다. 오늘은 그중 두 편을 나란히 꺼내 봅니다.
15년 전 택시기사 사건이 다시 법정에 선 이야기
2017년 2월 15일 개봉한 ‘재심’은 한 지방 도시에서 벌어진 택시기사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입니다. 사건 당시 목격자로 조사를 받던 10대 소년이 결국 범인으로 몰려 긴 시간을 복역하게 됩니다. 영화는 사건이 종결된 지 한참 지난 뒤 한 변호사가 우연히 이 기록을 들여다보면서 시작됩니다. 정우가 생계에 쫓기던 변호사 준영을, 강하늘이 세상을 등진 청년 현우를 맡았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를 믿지 못한 채 같은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룹니다.

제작비 35억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긴 흥행
‘재심’은 제작비 약 35억 원이 투입된 작품으로 당시 기준으로는 큰 규모가 아니었습니다. 100억 원대 제작비가 흔해지던 시기에 오히려 몸집을 줄이고 이야기에 집중한 선택이었습니다. 손익분기점은 관객 160만 명 선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개봉 열흘 만인 2월 25일 누적 관객 153만 5,650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2위이자 한국 영화 1위에 올랐습니다. 같은 날 손익분기점 돌파가 확실시되면서 작은 영화의 역전극으로 회자됐습니다.

장례식장 막걸리에서 시작된 또 다른 사건
2020년 6월 10일 개봉한 ‘결백’은 시골 마을 장례식장에서 벌어진 집단 사고로 문을 엽니다. 상갓집에서 나눠 마신 막걸리를 마신 사람들이 잇따라 쓰러지고 마을은 순식간에 뒤집힙니다.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사건은 더 복잡해집니다. 오랫동안 연락을 끊고 살던 변호사 딸이 고향으로 내려와 직접 변호를 맡기로 합니다. 신혜선이 변호사 정인을, 배종옥이 어머니 화자를 연기하며 모녀의 거리감을 그려냈습니다.

극장이 멈춘 해에 개봉해 50만에서 멈춘 영화
‘결백’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극장가가 가장 크게 흔들리던 2020년 상반기에 관객을 만났습니다. 개봉 시점에는 한국 영화 신작 자체가 드물어 오히려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관객 수 자체가 급감한 상황이라 흥행에는 한계가 뚜렷했습니다. 최종 누적 관객은 50만 507명으로 집계되며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같은 시기에 개봉했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지금도 따라붙습니다.

두 영화가 나란히 던지는 질문
두 작품은 장르도 분위기도 다르지만 결국 같은 질문을 향해 걸어갑니다. 누군가 한 번 범인으로 지목되면 그 뒤를 되돌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줍니다. ‘재심’은 지나간 기록을 다시 꺼내는 쪽에서, ‘결백’은 지금 벌어지는 일을 붙드는 쪽에서 그 질문에 접근합니다. 법정 장면의 쾌감보다 사람의 얼굴에 카메라를 오래 두는 연출이 공통점으로 꼽힙니다. 두 편을 이어서 보면 법정 영화라는 장르가 가진 결이 꽤 넓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