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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탁에 앉아 달력을 넘기던 사람이 손을 멈춘다. 병원이나 은행에 갈 일정은 적혀 있지만 기다려지는 약속은 보이지 않는다. 밥을 먹고 집안일을 마쳐도 오후가 길게 남는다. 어제와 다를 것 없는 하루가 또 시작됐다는 생각에 몸보다 마음이 먼저 무거워진다. 바쁜 시절에는 쉬기만 하면 좋겠다 싶었는데, 막상 해야 할 일이 줄자 무엇을 위해 일어나야 하는지 막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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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깨우는 이유
일론 머스크는 2017년 TED 대담에서 “아침에 눈을 떠 살고 싶어지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차와 우주 산업에서 실패와 비판을 겪으면서도 도전을 이어간 힘을 성공이나 돈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의 말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이유의 크기가 아니라 내일을 향한 마음이다. 사람은 해야 할 의무만 있을 때보다 기다리는 일이 하나라도 있을 때 하루를 조금 다르게 바라본다.
그 이유는 멀리서 찾지 않아도 된다. 다음 주에 친구와 먹기로 한 점심, 안부를 묻기로 한 형제자매, 반찬을 나누기로 한 이웃도 충분하다. 누군가를 만날 예정이 생기면 옷을 고르고 전할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약속은 시간을 채우는 일정이 아니라 마음이 바깥으로 향하게 하는 작은 문이 된다. 자주 만나지 못하더라도 먼저 날짜를 묻는 한마디가 무료한 며칠에 윤곽을 만들어준다.
익숙함 밖의 풍경
아직 보지 못한 풍경도 내일을 궁금하게 만든다. 큰돈을 들여 멀리 떠날 필요는 없다. 늘 지나치던 골목 안쪽을 걸어보고, 다른 시장에서 제철 음식을 구경하고, 해 질 무렵 가까운 공원에 앉아보는 것으로도 일상은 달라진다. 익숙함은 편안하지만 매일 같은 선택만 반복하면 시간까지 한 덩어리처럼 느껴진다. 작은 새로움은 굳어 있던 하루에 틈을 내고 그 사이로 호기심을 불러들인다.
오늘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 새로운 장면을 정해두는 편이 좋다. 가보지 않은 버스 정류장까지 걷거나 처음 보는 요리를 만들어도 된다. 중요한 것은 대단한 체험이 아니라 스스로 고른 변화라는 점이다. 가족이 권해서 따라가는 일정과 내가 궁금해서 나서는 길은 마음에 남는 결이 다르다. 작은 선택이라도 직접 정하면 다음 날은 반복되는 시간이 아니라 확인하고 싶은 시간이 된다.
내가 원하는 일 하나
가장 오래가는 힘은 하고 싶은 일을 품는 데서 나온다. 화초에 새잎이 나는 과정을 지켜보고, 쓰다 만 글을 끝내고, 묵은 사진을 정리하는 일도 목표가 된다. 오랫동안 자녀와 배우자, 직장의 필요를 먼저 살피며 살았다면 정작 자신의 바람을 묻는 일이 낯설 수 있다. 그래서 거창한 꿈을 세우기보다 잠들기 전 종이에 ‘내일 내가 해보고 싶은 일’ 하나를 적는 것이 현실적이다. 남에게 보여줄 성과가 아니라 내 마음이 움직이는지가 기준이 된다.
적어둔 일은 다음 날 가능한 시간에 바로 옮기는 편이 낫다.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먼저 연락하고, 궁금했던 길을 걷고, 미뤄둔 일을 십 분이라도 시작하면 된다. 끝내지 못해도 괜찮다. 하고 싶은 마음을 외면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하루를 자기 것으로 돌려놓는다. 살아갈 이유는 어느 날 완성된 답으로 찾아오기보다 작은 약속과 호기심, 소망을 거듭 돌보는 동안 자란다. 오늘 마음이 무겁더라도 내일을 기다릴 이유 하나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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