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법원 안팎에서는 그 실효성과 타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미 국정감사와 감사원 감사 등으로 대부분의 의혹이 공개된 상황에서, 추가 조사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대법원장 출석 여부와 자료 확보 가능성 등 현실적인 한계도 지적된다.
법조계 인사들은 국정조사 대상이 된 사안들이 대법관 재제청 거부, 국정감사 증인선서 거부, 업무추진비 집행 의혹 등 이미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논의된 사안임을 강조한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국정조사는 사실관계 확인이 목적이지만, 이번에 거론된 사안들은 이미 알려진 내용”이라며 “국정조사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업무추진비 문제는 감사원 감사와 국정감사에서 이미 다뤄졌고, 대법원도 잘못된 관행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며 “국정조사는 국회의 최후 수단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통해 규명하려는 쟁점은 대법관 재제청 거부, 증인선서 거부, 업무추진비 집행 등이다. 대법관 재제청 논란은 지난 8월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임명 제청 과정에서 불거졌다. 당시 청와대가 사전 협의 부족을 이유로 재제청을 요구했으나, 조 대법원장은 헌법상 근거가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증인선서 거부는 지난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생했다. 조 대법원장은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을 이유로 증인선서와 증언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업무추진비 논란과 관련해서는 감사원이 지난 8월 대법원 정기감사에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1억여 원 상당의 와인 구매 내역을 지적했고, 여당은 참석 인원 부풀리기 의혹도 제기했다. 법원행정처는 실무자의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국정조사 추진이 사실상 탄핵을 염두에 둔 사전 절차에 불과하다는 우려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장에게 상처를 주거나 망신을 주는 데 국정조사가 활용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지법 부장판사는 “국정조사가 탄핵 대신 압박 수단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또, 국정조사 과정에서 하급심 판결 등 개별 재판 결과까지 문제 삼는다면 사법부 독립 침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항소심 무죄 판결과 관련해 조 대법원장 책임론이 제기됐고, 법원행정처는 대법원장이 하급심 재판에 관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과 대법관,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의 국정조사 출석 가능성도 낮다는 관측이 많다. 지난해 청문회에서 대법관 12명과 법원행정처 관계자 등 16명이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전원이 불출석한 전례가 있다. 국회증언감정법상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형사고발 등 제재가 가능하지만, 실제 강제 구인은 어렵다. 증인 없는 국정조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불출석하더라도 국정조사 자체에는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조 대법원장을 부르는 것보다 국민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증인과 핵심 자료 없이 국정조사가 진행될 경우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고,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국정조사 요구서가 본회의에 보고된 뒤 특별위원회 구성과 조사계획서 의결 등 절차가 남아 있다. 국정조사가 실제로 시작될지, 또 실질적인 진상 규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여야 협의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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