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관들이 장윤기 여고생 살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증거인멸과 수사정보 유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장윤기의 아버지이자 현직 경찰관인 장모(50대) 경감이 법정에 증인으로 나섰다. 그는 아들의 범행을 예상하지 못했으며, 범행 증거를 인멸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장 경감은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경찰관 부실수사 및 증거인멸 방조 혐의 관련 재판에서 증인 신문을 받았다. 그는 과거 검찰 조사에서 아들의 자취방에서 훼손된 리얼돌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으며, 이번 법정에서도 “왜곡된 성 인식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리얼돌을 대형 쓰레기봉투 두 개에 나눠 담아 서로 다른 지역에 버린 이유에 대해 “유튜버 등이 찾아와 허위 내용으로 과장할까 우려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에는 사건 초기 강간살인 혐의 적용을 건의했던 광주 광산경찰서 강력팀원과 성범죄 목적에 대한 추가 조사를 제안했던 광주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은 장윤기가 피해자를 즉시 살해하지 않고 제압해 다른 장소로 옮기려 한 정황과 진술의 신빙성 문제를 근거로 해당 의견을 제시했다고 증언했다.
장 경감은 아들의 자취방을 급히 정리한 이유에 대해 “광주에 두 번 다시 오고 싶지 않아서 집 정리를 마음먹었다”고 했으며, 범행에 사용된 차량의 행방을 직접 확인하려 했던 이유로는 “혹시 지인이 아들의 차를 타고 범행했을 가능성도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케이블타이 등 범행 증거를 없앤 것이 증거인멸에 해당한다는 인식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당시에는 그런 부분까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들의 성적 문제와 관련해 미리 알았느냐는 질문에는 “아니오”라고 답했으며,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미안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미안합니다”, “알고 있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또한, 증거물을 없애더라도 친족이라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을 사전에 알았느냐는 물음에는 “그 당시 저도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수사팀으로부터 수사정보를 전달받았는지에 대해 장 경감은 아들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날짜를 자신의 경찰 경험으로 예측했으며, 함께 근무한 적 있던 김모 경사에게 정확한 시간을 물었지만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관 신분으로 유치장에 수감된 아들을 한 번 면회할 수 있었던 점에 대해 “편의를 봐준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장윤기 사건을 담당했던 박모(57·구속) 경감과 김모(41) 경사 간 진실 공방도 벌어졌다. 유모 경사는 장윤기의 범행에 성적 목적이 있다고 보고 강간살인 혐의 적용을 건의했으나 박 경감이 이를 막았다고 증언했다. 반면 박 경감 측은 유 경사가 수사 초기에는 이상동기에 무게를 두고 있었으며, 성범죄 전과도 없었고 성적 목적을 고려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진술을 했다고 반박했다.
박 경감과 김 경사는 장윤기 사건 수사 과정에서 케이블타이가 보관된 차량을 장 경감에게 돌려주기로 사전에 공모한 혐의, 장윤기 자취방에서 훼손된 리얼돌 2개를 발견하고도 조치하지 않아 장 경감이 이를 폐기하도록 도운 혐의, 차량 압수수색 과정에서 촬영된 케이블타이 영상을 검찰에 제출하지 않고 삭제하도록 한 혐의, 수사 정보를 여러 차례 장 경감에게 전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다음 달 4일 공판을 이어가며 관련 증인신문을 계속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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