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 A씨는 남편과 함께 아들의 학자금을 마련하려고 4000만 원을 공동 적금으로 모아왔으나, 남편이 이 돈을 상의 없이 해지해 탈북 브로커 비용으로 사용한 사실을 알게 됐다. 남편이 북한에 남아 있던 딸을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이 금액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 지난 2일 소개됐다. 사연에 따르면, A씨는 남편의 신상과 재산 처분 문제로 혼인 무효를 고민하고 있다. 두 사람은 서른 살 무렵 마트에서 만나 인연을 맺었고, 남편은 자신을 중국 연변 출신 조선족으로 소개하며 이미 한국 국적을 취득했고 부모는 중국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2018년 결혼한 뒤 이듬해 아들을 낳고, 남편이 마트를 인수해 운영하는 등 평범한 가정을 꾸려왔다.
그러나 지난 8월, 한 젊은 여성으로부터 “얼마 전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남편의 친딸”이라는 연락을 받은 뒤 상황이 달라졌다. 남편을 추궁한 끝에, 남편은 자신이 조선족이 아니라 2012년 입국한 탈북민임을 고백했다. 그는 북한에서 결혼식을 올린 배우자와 딸이 있었으며, 이 딸이 최근 탈북해 한국에 들어온 사실도 털어놨다.
A씨는 남편의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고 느꼈으며, 큰돈을 쓰면서도 상의조차 없었다는 점에서 분노를 표했다. 이에 혼인 무효가 가능한지 상담을 요청했다.
법무법인 신세계로 이현호 변호사는 단순히 출신이나 과거를 숨긴 사정만으로는 혼인 무효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혼인 무효는 혼인의 합의 자체가 결여된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인정되며, 두 사람은 상호 동의로 혼인신고를 했기 때문에 무효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이 변호사는 민법상 사기에 의한 혼인 취소나 재판상 이혼 청구는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신상 은폐가 혼인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사기에 해당한다면 취소 청구가 가능하며, 북한에서의 혼인이 법률혼으로 인정되는지,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상 이혼 특례 절차를 거쳤는지 등 중혼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편이 일방적으로 해지한 적금 4000만 원에 대해서는 재산분할 과정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편의 공동재산 처분은 기여도 산정 시 참작될 수 있으며, 브로커 비용 마련을 위해 남편이 추가로 빌린 부채가 있다면 일상가사와 무관한 개인 채무로 간주해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주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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