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30년 전 톈안먼 사건 떠올라…시진핑, 여론 우려할 것”
중국 정부가 사망한 리커창 전 중국 국무원 총리에 대한 추모 열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장기 집권과 경제 침체로 시진핑 국가주석에 대한 반발 여론이 높아진 상황에서 리 전 총리의 사망이 현 지도부에 대한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대학생들은 지난 28일 정부로부터 리 전 총리에 대한 추모 행사를 자제하라는 방침을 받았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 등 주요 도시에 소재한 대학교에 ‘모임 금지령’을 내리고 11월3일까지 모든 학회 활동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상하이자오퉁대의 한 강사는 “학교로부터 리 전 총리의 사망과 관련한 부적절한 발언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들었다”고 전했고, 하이난대 측 또한 “학생 단체에 ‘소셜 미디어에 추모글을 게시하지 마라’는 공문이 도착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언론 라디오 프랑스 인터내셔널(RFI)은 “리 전 총리의 별세가 ‘제2 톈안먼 사태’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해 당국이 대규모 추모행사를 막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1989년 6월 톈안먼 민주화운동은 개혁파로 분류된 후야오방 당총서기가 그해 4월 중난하이에서 소집된 중앙정치국 회의에 참석했다가 갑자기 심장병 발작으로 세상을 떠나자 그를 추모하기 위해 수십만명의 학생과 시민들이 광장에 몰려들면서 촉발됐다.
이런 만큼 시진핑 주석이 반정부 시위를 걱정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의 올해 6월 발표한 청년 실업률을 21.3%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이는 올 1월부터 꾸준히 상승해온 수치로, 실업률 악화가 지속되자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7월부터 연령대별 실업률 발표를 폐지했다. WP는 “시 주석이 최근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분위기에서 청년들이 성장을 우선시했던 리 전 총리를 그리워할까봐 걱정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은 리 전 총리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SNS) 웨이보에서 한동안 상위권을 차지하던 ‘리커창 동지 부고’가 검색생창에서 삭제됐다. ‘리커창 동지 별세’라는 단어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지만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중국의 관영 매체와 기관지들도 리 전 총리의 부고 소식을 최소한으로 전하고 있다. 리 전 총리의 생애와 업적 등을 소개하는 기사는 찾아볼 수 없고, TV 방송에서도 리 전 총리의 사망 뉴스를 상대적으로 비중을 적게 다뤘다. SCMP는 “관영 중앙TV( CCTV)가 리커창 사망을 보도한 지 10시간 30분이 지난 뒤에 부고를 낸 것은 그의 부고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의미”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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